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본사 부회장

2023년 01월 25일(수) 19:37

설 연휴가 지났다. 한파가 닥쳤다. 누가 제일 힘들까. 가난하고 돈 없고 집 없는 노인들 아닐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 상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처분가능소득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상대적 빈곤비율(노인빈곤율)은 37.6%로 2020년 38.9%보다 1.3%포인트 떨어졌지만, 복지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노인이 10명 중 4명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 노인 40%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는 뜻이다.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5184만명)의 15.7%다. 2049년에는 1901만명(40%)까지 늘어날 전망(통계청)이다. 늙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다. 고령화사회가 되어가는 한국의 노인 문제는 외면할 수 없는 국가 과제가 된 것이다.

노인 빈곤율은 단순히 빈곤의 문제가 아니다. 빈곤으로 인한 노인들의 우울증, 더 나아가서는 높은 자살률로도 이어진다. 한국의 노인자살률(인구 10만명당 46.6명)은 OECD 국가(평균 17.2명) 중에서도 압도적인 1위다. 물질적 빈곤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들이닥치는 노인들의 정신적 빈곤과 외로움은 재앙 수준이다.

나아가 빈곤은 고립을 부르고 고독사로 이어진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의 수는 2012년 1025명에서 2021년 3159명으로 증가했으며, 이 중 65세 노인의 비율이 45%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거노인들은 질병, 낙상, 화재, 가스 누출, 치매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가 어렵다. 지자체 인력으로는 이들을 모두 돌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문제는 고령화 사회로 노인빈곤 문제는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노인빈곤으로 인한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65세부터 100세까지 너무 다양한 노인 문제가 있는데, 돌봄이 필요한 노인, 재취업이 필요한 노인, 정신건강을 도와야 하는 노인 등 문제가 다양하다.

설연휴 이후에는 전국적으로 이처럼 한파가 기승을 부리면서 에너지 취약 계층 서민, 빈곤노인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난방비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난방 요금 폭탄’을 맞은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더욱 혹독해졌다. ‘서민 연료’로 불리는 등유 가격은 1년 새 50% 이상 올라 기름보일러 틀기가 무서울 정도다. 전기 요금은 2월부터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돼 4인 가구 기준으로 부담이 월 4022원 커졌는데 정부는 2분기에는 요금을 더 큰 폭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지난해 38%나 오른 가스 요금도 2분기 이후 1.5~1.9배 더 인상할 예정이다. 지난해 5.1%였던 물가 인상률에서 전기·가스 요금 상승 영향이 올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가 생활 밀착형 공공요금인 전기·가스 등 난방비를 올리는 불가피성을 이해는 하지만, 그로 인한 부담이 취약 계층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반 가정에서도 난방하기가 무섭다고 하소연하는데, 추위와 난방비로 인한 취약 계층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서민들은 정부 지원금으로는 노후 난방기 교체마저 어려운 상태에서 안방만 잠깐 보일러를 돌려 냉기를 면하거나 전기장판에 의지해 긴 겨울밤을 보낼 수밖에 없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빈곤노인들의 겨울나기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파 피해는 홀몸 노인과, 장애인, 노숙자 등 경제·사회적 약자들에 집중된. 난방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에너지 바우처 확대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26년이 되면 국민의 20%가 65세 이상의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지금도 국가경제 전반에서 고령화사회로 인한 각종 문제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저축률과 투자율 감소, 의료비용 및 요양보험료 등 각종 사회보장 비용의 증가현상 등이 시간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 확실시 된다.

지자체부터 노인일자리 만들기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노인일자리는 노인의 심리정서적, 사회관계적, 그리고 건강증진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나아가 참여노인 가구의 빈곤 완화에도 일정부분 기여한다는 연구도 있다. 게다가 노년기 우울감 완화 등 각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세대로 진입하고, 일과 사회활동 참여욕구가 다양해지는 노년층이 증가할 것을 고려하면, 노인일자리사업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은 필수적인 과제이며 시급한 명제다.

노인복지가 취약하다보니 일하는 노인들도 대폭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취업자 2780만8000명 가운데 60세 이상은 568만5000명으로, 20.4% 비중을 차지했다. 60세 이상 취업자 비율이 20% 선을 넘어선 건 월별 연령별 취업자 수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82년 이후 처음(동월 기준)이다. 일하고 있는 사람 5명 중 1명꼴로 60세가 넘는 노인이란 의미다.

복지 선진국들이라 불리는 대다수 OECD 국가들의 노인 빈곤율은 고작 10%대 안팎에 불과하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사회의 고민을 보여준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만 해도 20%대를 유지중이다. 선진국의 지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다.

고령화 시대에 따른 뒤늦은 대처는 국가와 사회적 인식이 함께 빚어낸 잘못이다. 선제적 대응과 조치 없이 마냥 방치해 온 결과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문제다.

더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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