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운의 캔버스 산책]혼돈 속에 떠오르는 마음 |
 | | 마음산책-그리고, 그리고, 그리고_보이지 않는 말들의 풍경 설치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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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인생 중반이다. 마음이 소용돌이치고 모든 게 혼돈 속에 위태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쯤 다가온 작품이 ‘마음산책’이다. 마음산책은 혼돈, 즉 카오스를 형상화한 거다. 카오스는 어슴푸레하게 뭔가 보이기는 하지만 정확히 파악할 수 없고, 존재하기는 하지만 서로 뒤섞여 있어서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다. 희미한 좌표만 있을 뿐 창작이란 실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선택과 결정을 내리기가 녹록치 않았다. 그걸 조심스럽게 다가가 표현한 거다.
창작이란 무엇이며 화가의 재능이란 무엇일까? 나는 마음이라는 주관적 현상을 가지고 색과 질감으로 된 행간을 표현한다. 캔버스에 감정들을 색으로 긋고 그 위에 반려기억을 쓰고 지운다. 점점 가독성은 없어지고 빨강·파랑의 충돌 위에 보랏빛 카오스가 된다. 그렇게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의 사고(思考)에서만 존재하는 순수한 소재, 즉 카오스가 숨어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마음산책’을 하면 할수록 나의 뒷 마음, 즉 자꾸자꾸 바뀌는 파편들의 진실을 짚어보게 된다. 어쩌면 진실이란 모순 속에 들어 있고 그 상반된 개념을 한꺼번에 머릿속에 넣고 자정을 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왜냐면 상반된 개념을 뇌가 받아들일 때 그 충격으로 인해서 팽팽한 긴장감이 생기고, 이런 긴장은 창조적인 자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상의 낮과 밤이 빛과 어둠을 만나는 순간 마음은 예민해지고 평온해짐을 반복하며 점점 깊어진다. 화가에게 있어 재능이란 자신을 믿는 것이다. 생각하는 자아를 끊임없이 전환하고 재구성하는 떠오르는 마음과 영혼을 예술적 잠재력으로 펼쳐보고 싶다. 이 마음 때문에 어지럽고 괴롭다. 그러나 예술도 인생도 바로 이 혼돈 속의 마음으로부터 탄생하는 것을.
<장도에서 화가 강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