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중)모호한 규정·처벌 하세월

지난해 광주·전남 ‘중대재해’ 7건…기소 ‘0’건
전국 229건 중 11건 기소…기소율 4.8% 그쳐
법률 불명확성 수사 장기화…개정·보완 시급

안재영 기자
2023년 01월 30일(월) 19:55
사진=연합뉴스
<이전 기사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상)끊이지 않는 사망사고 >
http://www.kjdaily.com/1674730714594018005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200건이 넘는 중대재해가 잇따랐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소된 경영책임자의 기업 규모는 1곳을 제외하곤 모두 중소기업인 것으로 나타나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30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27일부터 12월31일까지 229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광주·전남에선 7건이다.

동기간 기소된 사건은 11건(4.8%)에 그쳤고 평균적으로 237일(노동청 93일·검찰 144일)이 소요됐다. 광주·전남 중대재해 3건도 검찰 송치됐지만, 기소는 아직이다.

이를 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률의 불명확성 등으로 수사가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법률규정에 따라 ‘사업대표’와 ‘이에 준하는 자’ 중 누가 경영책임자로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의무를 이행했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책임자 특정과 고의성 입증이 어려워서다. 복수의 대표이사와 사업부문별 대표이사를 둔 경우 별도의 조사가 필요한 점도 이유로 지목됐다.

기존 사건의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사건이 누적되고, 노동청이 수사 진행단계별로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절차상의 복잡함도 문제로 꼽혔다.

지난해 말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피의자로 입건(82건) 및 기소(11건)된 대상이 모두 대표이사인 것을 두고,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를 선임했더라도 수사기관이 이를 경영 책임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검찰의 기소도 상대적으로 수사가 용이한 중소기업으로 쏠렸다. 실제 지난해 말까지 검찰이 기소한 11곳 가운데 중견기업 1곳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장은 모두 중소 제조·건설업으로 드러났다.

경총은 이를 인적·재정적 여력 부족으로 중소기업이 법적 의무를 완벽히 준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진단하며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사고발생 시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행법 상 50인 미만 하청기업에서 중대재해 사건이 발생할 경우 기업 규모를 고려해 법 적용을 유예하지만 원청 책임자는 법적 책임을 물어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다.

중대재해법 위반사건 재판 중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신청됐고, 검찰과 법무부 내부에서도 법적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등 향후 법 적용을 둘러싼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때문에 경총은 실효성이 모호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산업안전보건법과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실현하기 어렵다면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형사처벌 규정 삭제를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법 이행 주체와 의무 내용을 명확히 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현재까지 중대재해법 수사·기소 사건을 보면 정부 당국도 법 적용과 혐의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법 제정 당시 경영계가 끊임없이 문제제기한 법률의 모호성과 형사처벌의 과도성에 따른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재영 기자
안재영 기자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jdaily.com/1675076127594231005
프린트 시간 : 2023년 05월 31일 10:0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