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광양 백운산 둘레길 5코스

‘외갓집 가는 길’처럼 정겨운 산골 오지마을을 걷다

2023년 01월 31일(화) 19:14
백운산둘레길 5코스 출발지인 어치계곡 황죽교에서 바라본 백운산 억불봉. 백운산에서 흘러내린 어치계곡의 물은 황죽교를 지나자마자 웅동천을 만나 수어저수지로 흘러든다. 백운산 억불봉 동남쪽 어치계곡 주변을 백학동이라 부른다.
승용차를 광양시 옥곡면소재지에 두고 백운산둘레길 5코스가 시작되는 백학동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24인승 소형버스에는 우리 일행만 타고 있고, 중간에서 타는 손님도 없다. 운전기사 말로는 하루 종일 빈 차로 다닌 적도 있단다. 오늘의 농촌 현실을 알 수 있는 얘기다. 우리사회가 도시화 되면서 농촌인구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그나마 농촌을 지키는 주민 대부분이 노인인구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광양시 진상면소재지를 지나 수어저수지를 굽이굽이 돌아서간다. 백운산둘레길 5코스가 시작되는 백학동 황죽교에 도착하니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그나마 햇볕이 있어 조금이나마 추위를 덜 느끼게 해준다.

어치계곡에 놓인 황죽교에서 바라보니 백운산 억불봉이 우뚝 서있다.

백운산에서 흘러내린 어치계곡의 물은 황죽교를 지나자마자 웅동천을 만나 수어저수지로 흘러든다. 백운산 억불봉 동남쪽 어치계곡 주변을 백학동이라 부른다.

황죽교를 건너 웅동마을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둘레길은 웅동천을 거슬러 2차선 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이 도로는 산속 깊숙한 곳에 둥지를 튼 웅동마을까지 4㎞에 이른다. 4㎞에 이르는 웅동천 주변에는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웅동마을과 중간의 신전마을 등 두 개의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10여 호에 달하는 신전마을 앞을 지나 계곡을 옆에 두고 걷는다.

웅동천에서는 티 없이 맑은 물이 청아한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바위 사이에는 얼음이 얼어 그 사이로 계곡물이 흘러간다. 얼음 사이를 지나는 물줄기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봄을 재촉한다.
웅동천에서는 티 없이 맑은 물이 청아한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바위 사이에는 얼음이 얼어 그 사이로 계곡물이 흘러간다. 얼음 사이를 지나는 물줄기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봄을 재촉한다.

웅동천은 마을 주변을 제외하고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길은 물줄기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고, 우리는 고요한 산골로 깊이 빠져든다. 황죽교에서 웅동천을 따라 2.1㎞ 정도 올라가자 웅동교라는 다리가 나온다. 웅동교에서 2㎞를 더 올라간 산속에 웅동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웅동마을에는 광양기독교100주년기념관이 있다. 웅동마을은 1905년 전남 동부지역에서는 최초로 기독교가 전파된 마을이다.

백운산둘레길은 웅동마을로 가지 않고 웅동교를 건너 임도로 이어진다.

임도 역시 작은 개천이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서 간다. 고로쇠나무에는 수액을 채취하기 위해 드릴로 구멍을 뚫고 호스를 연결해 놓았다. 봄이라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나무들은 땅속에서 수분을 빨아들여 줄기로, 가지로 열심히 옮기고 있는 중이다.

한겨울 날씨 속에서도 나무들은 이미 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웅동교에서 골짜기를 따라 1.3㎞ 정도 올라가니 사각정자가 기다리고 있다. 깊고 깊은 산골에 집 한 채도 자리하고 있다. 상주하는 집이라기보다 별장처럼 이용하는 산채로 보인다. 사각정자 앞에서 골짜기를 벗어나 백암마을로 넘어가는 고갯길로 향한다. 주변 산비탈에서는 편백나무와 입을 떨군 활엽수가 사이좋게 공생하고 있다.

길은 임도를 따라 조금씩 고도를 높여간다. 부담재(300m)라 불리는 고개를 넘어서자 묵백마을이 자리한 깊은 골짜기 너머로 멀리 광양제철소가 바라보인다. 광양제철 뒤로는 경남 하동의 산봉우리들이 붕긋붕긋 솟아있다.

산비탈 임도를 따라 한 굽이 돌아가니 외딴집 하나가 있다. 외딴집에서 한참을 내려와서야 작은 마을을 만난다. 묵백마을이라 불리는 이 작은 마을은 바깥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다.

마을 주변 밭에는 매실나무들이 식재돼 있고, 마을 앞 산비탈은 고사리밭으로 이용되고 있다. 매실과 고사리가 이 마을의 주요 소득원으로 보인다. 매화나무에서는 꽃망울이 방울방울 맺혀 꽃피울 준비를 마쳤다.

양쪽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만나는 지점에 삼존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산골 오지에 자리한 마을에 들어설 때면 금방이라도 외할머니가 뛰어나와 안아줄 것만 같다.

오늘 걷고 있는 백운산둘레길 5코스는 고개를 넘고 계곡을 건너 여섯 개의 자연부락을 지나게 되는데, 모든 마을들이 마치 어릴 때 엄마 손 잡고 갔던 외갓집처럼 소박하고 정답다.

삼존마을 아래쪽 하천을 건너 산길로 들어선다. 가파른 나무계단을 통해 산비탈을 오른다. 따스한 햇살이 나무사이로 스며든다.

능선에 올라서자 20-30년 수령의 소나무 숲이 그윽한 향기를 내뿜어준다. 울창한 솔숲은 겨울철에도 푸름을 유지해 맑고 청신하다. 인간에게 숲은 원초적 고향 같은 곳이어서 그 속에 들어가면 아늑하고 편안하다. 솔숲을 지나자 나목상태의 활엽수림이 마지막 겨울을 견디고 있다.
울창한 솔숲은 겨울철에도 푸름을 유지하여 맑고 청신한 기운을 띤다. 인간에게 숲은 원초적 고향 같은 곳이어서 그 속에 들어가면 아늑하고 편안하다.

산길을 벗어나자 대리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마을로 내려서는데 길가에 두 아름 정도 되는 소나무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우뚝 서 있다. 마을길로 들어서서 대죽보건진료소를 지나니 2차선 도로가 나온다.

오동마을 앞으로는 수평천이 흐르고 하천 양쪽으로 넓지 않은 농경지가 펼쳐진다. 농경지를 일구며 사는 사람들이 대대로 마을을 이루며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마을과 논밭을 사방에서 산줄기가 감싸고 있는 전형적인 산골풍경이 내 마음을 단순하고 소박하게 해준다.

산자락 임도를 따라서 간다. 농경지를 바라보며 걷다보니 농업의 소중함이 가슴깊이 다가온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되면서 농업과 농촌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농업이야말로 인간의 생존문제를 책임져주는 먹거리 산업이다.
산자락 임도를 따라서 간다. 농경지를 바라보며 걷다보니 농업의 소중함이 가슴깊이 다가온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자연을 아름답게 관리하는 부분도 농촌이 맡고 있다. 오늘날 심각해지고 있는 도시문제의 해결책도 농업 농촌의 활성화와 연계해서 사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긴 골짜기를 이룬 수평천 주변에는 여러 개의 자연부락이 터를 잡았다. 둘레길은 죽양마을을 지나 임도를 따라 국사봉랜드로 이어진다.

임도를 따라 걷는데 건너편으로 백양마을이 바라보인다. 국사봉랜드 입구에 도착하니 계곡을 끼고 형성된 긴 골짜기가 한눈에 바라보이고, 경전선 철교 뒤로 호남정맥의 마지막 봉우리 망덕산도 바라보인다. 백운산 둘레길 5코스는 국사봉랜드 입구에서 끝난다.
백운산 둘레길 5코스가 끝나는 국사봉랜드 입구에서 내려다본 골짜기. 계곡을 끼고 형성된 긴 골짜기가 한눈에 바라보이고, 경전선 철교 뒤로 호남정맥의 마지막 봉우리 망덕산도 바라보인다.

트레킹을 마치고 백양마을 앞까지 걸어 내려와 버스정류장에서 옥곡면소재지와 매남마을 사이를 하루 6회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탔다. 버스에 오르자 버스기사가 환대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처음으로 손님을 태운단다. 빈 차로만 다니다가 손님을 만나니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오전에 백학동으로 갈 때와 마찬가지로 옥곡면소재지까기 가는 동안 버스를 타는 손님은 없었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광양 백운산둘레길 5코스는 어치계곡 하류 백학동에서 출발하여 두 개의 고개를 넘고 산골짜기에 자리한 여섯 개의 오지마을을 잇는 길이다. 마치 외갓집이 있는 마을처럼 소박하고 포근한 마을을 만나는 길이라서 ‘외갓집 가는 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코스 : 백학동→웅동교→백암마을→삼존마을→대리마을→오동마을→죽양마을→국사봉랜드
※거리, 소요시간 : 14.4㎞, 4시간 30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주소 : 백학동 황죽교(전남 광양시 진상면 백학로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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