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숙자의 '작은 학교이야기']‘작은’ 학교에서 열린 ‘큰’ 축제 |
| 2023년 02월 02일(목) 1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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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단위 작은 학교에서 동문들이 발전기금을 조성하는 일은 전국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게다가 성공한 사업가 한두 명이 기부한 것이 아니다. 30여명의 개인 동문들이 각각 기부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전달식을 지켜보던 모두가 감격에 젖었다. 동문들의 따뜻한 마음은 아이들 모두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며 나아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사건’으로 길이길이 남을 것 같다.
구랍 12월에 열린 축제는 교육공동체를 세우는데 매우 특별한 계기가 되었다. 무릇 축제는 아이들이 자신의 역량과 끼를 맘껏 발산하는 장이다. 또 자신들이 한 해 동안 얼마나 성장하였는가를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가시화하는 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축제는 단 한명의 아이라도 대상화하거나 관객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거기에 부모와 보호자 그리고 마을까지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축제라 할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축제를 앞두고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모두 참석하게 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축제를 계기로 학부모회의 기틀을 세우는 D-데이로 삼자는 것이었다. 부모와 보호자가 모두 학교 교육활동에 참여하면서 자녀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교직원과 학교운영위원들의 행보가 바빠졌다. 모든 가정에 일일이 면대면 또는 전화를 통해 참석을 독려하였다.
드디어 축제날, 거의 모든 부모와 보호자들이 참석하였다. 학교 실내화가 동나서 난감할 지경이었다. 아버지들은 다목적실에서 자녀들과 경기를 하며 웃고 땀을 흘렸다. 가사실에서는 한국, 베트남, 일본 출신의 어머니들이 부침개 등 특별 음식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나눴다.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영혼을 나누는 일종의 의식에 속한다. 어른들은 다양한 문화 속에서도 어색함 없이 잘 어울렸다.
공연은 축제에서 꽃이다.
대개 규모가 큰 학교에서 학생들은 공연의 주체, 또는 관객 둘 중의 하나로 분류되기 일쑤다. 그러나 작은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적어도 서너 번 출연하게 된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연 주체이자 관객의 역할을 겸하게 된다. 표현의 주체로 자신이 가진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표현하였으며 세대차이가 나는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몰입하게 하였다. 공연 수준도 매우 높았다. 전구대회 대상 수상 경력이 있는 모둠북 공연과 영화반의 창작 단편 영화, 3학년의 기후 위기라는 시대 인식을 담은 창작뮤지컬 ‘우당탕탕 채소 대소통’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퀄리티가 우수했다.
아이들은 쑥쑥 크는 여름철 대나무처럼 관객을 포복절도시키면서 생각하게 하고 감동시키는 공연자로 훌쩍 성장해 있었다. 이번 축제는 형식적으로든 내용적으로든 알차고 풍성했다.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까지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열고 만났다. 이 교육공동체는 학교를 넘어 지역으로 확장되며 모두의 성장이라는 가치를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학교가 작다고 해서 다른 것까지 다 작은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꿈은 여느 아이들보다도 더 크고 선생님들의 교육에 대한 열망도 어떤 교사들보다도 더 크다. 학교 축제에서 보여줬던 작은 학교의 큰 축제의 열정은 새 학기 교육으로 연결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 아이들은 방학 동안 깊은 독서를 통해 내면의 힘을 키울 것이고 교사들은 연수를 통해 미래 교육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고 있다. 새 움을 틔우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는 교정에 아이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