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窓’, 그 너머로 마주한 시간들 허달용 작가 개인전 ‘이순(耳順)-창문 밖 풍경, 창문 안의 삶’…8일부터 20일까지 예술공간집 최명진 기자

2023년 02월 05일(일) 19:09

‘오월의 창’

‘이순’(耳順). 공자가 논어에서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다(六十而耳順)’고 회고한 데서 비롯됐다.

귀가 순해진다는 뜻으로 나이 60세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단어다.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이해하며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임을 의미한다.

올해 이순을 맞이한 허달용 작가가 쉼 없이 붓과 함께 달려온 그간의 삶을 반추하며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한 새로운 변화와 바람을 담은 전시를 마련했다. 오는 8일부터 20일까지 예술공간 집에서 열리는 ‘이순(耳順)_창문 밖 풍경, 창문 안의 삶’이다.

작가는 40여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먹과 종이의 교감을 이어왔다.

작품을 해나가는 과정과 경험, 이를 통한 기쁨과 고통은 늘 함께 해왔다.

‘창문 안의 삶’(사진 上), ‘창문 밖 풍경’ <예술공간집 제공>

환갑이 지나면 그 전과 이후의 삶이 달라져야겠다고 다짐한 때를 떠올리며 작가는 다시금 스스로의 벽을 허물고 작품세계에 큰 걸음을 내딛고자 했다.

전시작들은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대작들로, ‘창’이라는 틀을 사이에 두고 바라본 세상의 다양한 풍경들이다.

맑고 깨끗했던 창에 닦이지 않는 이물이 끼고 나니 조금씩 인식되는 창문을 느끼며, 작가 스스로가 벽을 허물고 빛과 온기를 채우고자 한 다짐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출발은 2021년 옛 국군통합병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창문을 보면서부터다.

대표작 ‘오월의 창’(2022)은 역사의 상흔이 배인 공간에서 마주한 창문을 형상화하고 있다. 2021년 봄, 빛도 잘 들지 않는 창문 안 공간은 스산한 폐허였지만, 창문 밖은 따뜻한 봄볕이 찬연했다. 안과 밖의 경계에 있는 창문은 작가 스스로에게도 경계와 같이 인식됐고 이는 시대와 세월의 먼지가 끼인 창의 모습으로 표현됐다.

작품 ‘창문 안의 삶(2022)’은 작가가 날마다 오르내리는 작업실 계단을 그린 그림이다. 창문 안으로 대변되는 작가의 작업실 풍경을 새로이 인식해 나타냈다.

이밖에도 일상에서 마주친 풍경, 제주 여행 중 만난 풍경 등 늘 보아 온 대상으로서의 풍경이지만, ‘창’이라는 틀로 다시 새롭게 인식하는 ‘장면’으로서의 풍경을 보여준다.

허달용 작가는 “내가 내 안의 벽을 스스로 허물어야만 빛도 온기도 스며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나이 60을 맞이한 지금, 귀로 듣기만 해도 곧 이해가 될 정도로 연륜이 쌓였다 하는데 내 삶이 그러한가 다시금 되짚어본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