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에 작은 대학이라도 필요한 이유 / 주정민 |
| 2023년 02월 07일(화) 1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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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에 자리 잡은 중부대는 2017년 경기도 고양에 제 2캠퍼스를 마련해 이전을 추진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했다. 대학은 전체 이전을 포기하고 일부 학과만 이전했다. 임재영과 이종윤이 대학 이전이 금산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지역의 소비지출이 372억 원 줄었다. 생산유발과 부가가치창출이 각각 372억 원, 197억 원 축소됐다. 고용은 6백여 명이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2018년 강릉지역 2개의 대학에 재학하는 2만 7천명의 경제효과를 분석했다. 학생의 소비지출이 지역 내 소득 창출에 연간 1천억~1천160억 원의 효과가 있었다. 이는 강릉 지역내 총생산(GRDP)의 총 2.1~2.4%, 강릉시 전체 예산(1조1천억 원)의 9.1~10.5% 수준이다. 고용창출 규모는 약 3천500명으로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컸다. 대학의 직·간접적 지출로 발생하는 소득효과는 제외한 것이다.
지역이 대학과 협력하면, 지역발전에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실증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배상훈과 한송이의 연구에 따르면, 지자체에 소재한 대학의 수가 많을수록 지역 내 총생산(GRDP)이 높았다. 1인당 개인 소득도 높았다. 지역에서 대학은 주민의 경제적 풍요로움, 문화 향유, 복지혜택 등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은 대학이라도 지역에서는 미래가 달린 소중한 존재인 이유이다.
지역소멸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지자체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다. 출생률 제고와 지역 경제를 활성화를 위해 여러 처방을 해봤지만 백약이 무효하다. 이 시점에서 지식, 자원,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학은 성장과 혁신의 산실이고,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대학을 활용하는 노력을 소홀히 해 왔다. 전국의 지자체에서 대학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독립부서를 찾기 어려운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해외에서 지자체, 대학, 기업이 협력해 지역을 활성화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인구 13만 명의 소도시 벳부에 있는 리츠메이칸 대학이 좋은 사례다. 국제화를 통해 세계 각국의 유학생을 끌어와 대학은 물론 도시 자체가 활성화되고 있다. 인구 20만명의 스웨덴 말뫼시와 말뫼대학의 협력도 참고 사례다. 말뫼시와 대학은 함께 창업인력 양성에 주력했다. 말뫼시는 20년 만에 유럽 최고의 스타트업 도시로 성장했고, 인구도 10만명이나 증가했다.
그러나 지역과 대학이 적절한 협력체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상생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실제로 남원에서 문을 닫은 서남대는 폐교되었으나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다. 서남대는 지역경제와 지역사회 요구와는 분리된 교육과 연구 활동을 했다. 특히 지역산업 수요와 졸업자 공급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했다. 따라서 대학이 폐교되어도 지역의 고용과 경제활동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지자체와 지역대학, 지역기업이 협력체제를 구축해 지역을 살려야 한다. 지역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지역기업에 취업해 지역에 정착하도록 하고, 외지에서 지역을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의 산업과 대학을 지원하고, 지역대학은 특성화를 통해 지역산업과 연관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지역기업은 지역대학의 인재를 활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과 지역대학이 함께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