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넘게 묵은 쓰레기 5t 수거…“앓던 이 빠진 기분” ●광주북구 ‘저장강박증’ 가구 청소현장 안재영 기자 |
| 2023년 02월 07일(화)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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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0시20분께 광주 북구 동문대로 191번길 한 상가 앞. 출입문 높이 절반까지 쌓인 쓰레기더미 주위에 3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광주 북구청 공무원들과 북구 주부순찰단 등으로 10년 넘게 방치된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10분 정도 지나 집게차량과 수거트럭 등 장비까지 모두 도착하자 ‘본격적인 작전’이 펼쳐졌다.
집게차가 온갖 종류의 쓰레기를 한 움큼 들어 올리자 그야말로 십년 묵은 먼지가 피어올랐다.
유리 공병과 페트병 사이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도 새어나와 악취가 코를 찔렀다.
또 더미 사이로 버려진 오토바이와 냉장고 등 대형 쓰레기도 드러났다. 재빠르게 쓰레기를 치우던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이걸 다 언제 치우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손과 발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집게발에서 떨어진 쓰레기를 한 쪽으로 모으고, 엉켜서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를 해체했다. 흡사 한 몸같은 일사불란한 모습이 계속됐다.
작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청소 시작 30여분 만에 3.5t 트럭 적재함엔 쓰레기가 가득 찼다.
그럼에도 남은 양이 상당해 뒤이어 온 수거 차량에 쓰레기를 직접 옮겨 담았다.
쓰레기더미가 줄어들면서 도로는 조금씩 맨바닥을 드러냈고, 11시30분께 쓰레기가 쌓이기 전 모습이 보였다.
이날 수거된 가전제품·재활용품 등 쓰레기는 모두 5t 규모로 집계됐다.
현장에서 작업을 지켜본 주민들은 쌍수를 들었다.
인근 주민 서모(52)씨는 “10년이 넘도록 쌓이고만 있던 쓰레기를 보면서 마음이 참 아팠는데, 이렇게 깨끗해진 도로를 보니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라며 “주민들의 불편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정비에 나서준 북구청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청소를 마치고 숙였던 허리를 펴고, 땀을 닦아내던 북구 주부순찰단도 ‘후련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상가 내부의 쓰레기를 치우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현행법 상 ‘저장강박증’이 의심돼도 소유주의 동의 없이는 임의 수거가 불가능해 이날 정비는 상가 밖 도로를 치우는 데 그쳤다.
북구는 이번 정비에 멈추지 않고 상가 소유주와 지속적으로 상담을 갖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북구 관계자는 “거주지 내 청소와 소독 등 정리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쓰레기 정리 외에도 법을 다방면으로 검토해 지속적인 사례관리를 이어갈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어 “쓰레기가 사라진 거리가 다시 더러워지지 않고 주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순찰단 단속 등도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재영 기자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