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저온저장고 무더기 위약금 부과한 한전

2023년 02월 08일(수) 19:54

최근 한국전력공사 측이 농사용 전력을 적용받는 저온저장고에 김치, 두부, 메주 등 농산물 가공식품은 보관 대상 품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례에서 위반 사례를 다수 적발, 2천여만 원의 위약금을 부과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영암·무안·신안)에 따르면 전국의 저온보관창고는 13만9천328개로 추정되는데, 2022년 단속은 126건, 위약금 부과는 5억9천600만원에 이른다. 2021년 34건, 9천700만원에 비해 각각 3.7배, 6.1배 증가했다.

농림부의 ‘소형 농작물 저온보관창고’ 사업은 유통과정에서의 품질 저하를 방지하고 상품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2010년 시행됐지만 단속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규정을 두지 않았다. 한전 영업업무 처리 지침에는 ‘단순 가공한 농작물만 보관 가능하다’고 적시하고 있을 뿐, 무엇이 원물이고 가공품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나락과 배추는 허용하는 반면 쌀과 김치는 제재 대상이 되고 있다.

난방비, 전기요금 폭등으로 시름하는 상황에서 농민들의 고통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은 것은 물론 사업 취지와도 정면으로 위배되며 수산업과의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대법원은 2022년 7월 ‘물류센터에서 생산한 군납용 수산물 가공품을 보관하는데 수협이 농사용 전력을 사용한 것이 한전과의 계약 위반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전남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김영록 지사는 실국 정책회의를 통해 “농어민이 저온저장고에 보관하는 김치 등 일부 가공 농수산식품이 농사용 전기 적용 대상 품목에 포함되도록 논리를 잘 개발해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김 지사는 “청탁금지법상 농수산물 선물 한도는 10만원이지만, 명절 기간 20만원으로 완화할 때 일부 가공식품도 포함했다”고 배경을 들었다.

농사용 전기는 영세 농어민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한전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사용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농업인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관건이다. 손수 재배한 배추를 이용해 직접 담근 김치가 단순 가공이 아니라면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애꿎은 농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더는 현장의 혼란을 부추겨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