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명화이야기]‘어른되기’(relationship) 장미를 사랑하는 방법

아름다운 관계 맺기를 통해 진정한 ‘우리’가 되는 법

2023년 02월 09일(목) 17:55
어린왕자와 여우. 영화 ‘어린왕자’중에서
어린 왕자에는 이런 글귀가 등장한다. 사랑하는 장미꽃과의 다툼으로 자기 별을 떠나 여러 별을 여행하던 어린 왕자는 여우를 만나고 친구가 되자고 제안을 하자 여우가 이렇게 말했다.

“친구가 된다는 건 서로에게 길들여 진다는 것이지”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니?”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세 시부터 난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가 되면 벌써 안절부절 못하고 걱정에 빠지고선, 결국 행복의 가치를 깨닫게 될 거야…. 길들인다는 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란다.”

친구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른이 된다는 것도 ‘길들이고 길들여짐에 익숙해지는 일’이 아닐까? ‘사람 대 사람 간의 관계 맺기가 유연한 사람’을 가리켜 ‘성숙하다’, ‘어른스럽다’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살다 보면 가장 애를 먹이는 것이 인간관계이기도 하거니와, 사회를 구성해내는 가장 작은 단위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인 것이다.

이 과정이 어려운 까닭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상대에 대한 무관심, 열등감, 질투, 다가서기 두려운 마음, 선입견, 편견 등등이 존재하는데, 인연의 시작은 모두 만남을 통해 이뤄지기에 시작은 동일할지 모르겠으나 상대가 가진 성향과 이유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나기에 그렇다 하겠다.

깊이 파고들수록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결국 사람이란 혼자서는 절대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일 테다.

그래서 더욱 삶이 고독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와 같은 인간 존재로서 외로움과 고독함이 신랄하게 드러나는 그림으로는 ‘에드워드 호퍼’의 적막한 그림들을 빼놓을 수 없다.

무미건조한 색감부터 고독함이 물씬 풍기는 인물들의 모습까지 그의 그림을 보면 무언가 마음이 허전한 느낌을 자연스레 전달받게 된다.

뉴욕태생인 화가는 대도시로 변해가는 고향의 변화과정을 지켜보며 1920-1960년대까지 도시 생활을 주로 그림에 담았다.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롭던 시기 화가는 왜 그것과는 상반되는 고독한 사람들을 그림에 담았을까?

그의 작품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보자.
에드워드 호퍼 作 ‘밤을 지새는 사람들’ <위키피디아 검색>

출구라고는 보이지 않는 선술집의 커다랗고 세련된 유리창 속으로 젊은 남녀와 종업원 그리고 등을 돌리고 있는 신사 한 명만이 까만 도시의 밤을 지키고 있다. 늦은 시각까지 술을 마시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는 아마도 잠도 자지 않고 술을 마셔야 할 걱정거리와 고민이 있는 것임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삶이 촉박하게 돌아가는 곳이 바로 대도시이다. 사람들은 꿈을 찾아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어 오지만 난무하는 소음과 전쟁터나 다름없는 이곳은 진정한 쉼이란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맺는 관계라 함은 대부분이 피상적이게 마련인데, 도시인의 일상은 이래저래 불안함 투성이다.

그후로 근 백 년이 지난 2023년 1인 가구가 넘쳐나는 현재에도 이런 불안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호퍼의 그림에는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경험했던 20세기 초반 미국의 대도시와 미국인의 당시 시대 상황과 감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화려한 도시 속에서 하루 먹고 살 불안감 속에 생활해야 했던 그들의 모습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지점은 무표정하거나 변화가 없는 인물들의 모습과 표정에서다.

게다가 소속된 집단에서 소외될까 불안해하는 타인 지향적 성격.

다시 말해 타인의 생각과 평판을 늘 신경 써야만 하는 사회구조는 겉은 화려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고립감과 갈등을 느낄 수밖에 없게 해 고독한 군중이 될 수밖에 없게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의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 또 하나는 렘브란트에게서 영향을 받은 극적인 빛이다.

파스텔톤의 무미건조한 색감 이외에 그가 즐겨 그렸던 밝은 빛은 작품의 구성요소 중 하나였다.

어찌 보면 우울한 감성과 대비되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강렬한 빛이 만들어내는 까만 그림자가 우울감을 증폭시켜 내는 듯 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와는 정반대인 일명 좋은 관계는 어떤 식으로 그려지고 있을까? 긍정적인 이미지와 맞닿는 이런 관계는 행복을 기본전제로 가질 수밖에 없다. 행복에 관한 대표 화가는 단연 르누아르다.
르누아르 作 ‘믈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위키피디아 검색>

‘물랑드라 갈레트의 무도회’를 보자.

따뜻한 색채와 포근한 분위기 그리고 서로 다정하게 바라보며 정겹게 웃고 있는 모습은 아주 평화롭고 아름답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돼있는 이 그림은 보는 순간 편안한 느낌을 전달받는다. 한가한 토요일 오후 정도 되는 듯한 분위기도 즐거움 그 자체다.

호퍼의 그림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넘쳐나는 인파가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그렇다. 무대 위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짝을 지어 춤을 추고 있고, 무대 옆자리에서는 삼삼오오 사람들끼리 담소를 나누며 술을 마시고 있다. 인상파 화가답게 밝은 대낮의 따뜻한 햇살을 포근포근하게 배경과 등장인물들 위로 잘 표현해낸 점도 그림을 더욱 따뜻하게 보여주는 한 요소이다.

다정하게 안고 있거나 서로의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서는 호퍼의 그림 속 대도시의 황량함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작품들을 보면 하나보다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낫다고 여겨지겠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 맺기에서 숫자는 중요치 않다. 다만 수 많은 사람들 중에서 진짜 내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장미꽃과 다투고 모험을 떠난 어린 왕자는 외롭고 슬픈 상태에서 여우를 만난다. 그리고 여우에게서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서 ‘우리’가 되는 법을 배운다.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가르쳐준 길들임에 관한 내용은 ‘누군가를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아름다운 관계 맺음’에 대해서였다. 더불어 상대에 들였던 시간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것과 그를 통해 만난 세계를 함께 지켜가고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길들이는 시간을 갖는 동안 서로가 세상에 유일한 존재가 된다. 함께한 시간 없이 소중함은 피어날 수 없기에….

어제와 다른 오늘의 감정을 딱히 짚어 설명해낼 방법이 없을 때가 종종 있듯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비단 변덕스러운 날씨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기에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여우의 말처럼 길들인 대상에 대한 지속적인 사랑과 무한한 책임감도 생각해 볼 여지이다.

독자들 각자의 아름다운 꽃들은 얼마나 잘 커가고 있을까? 독자들의 관계 맺음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저녁 시간이다.

<이현남·전남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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