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시인 첫 시집 ‘바람을 필사하다’ 출간 부드러운 詩情 속 시대와 교감하다 최명진 기자

2023년 02월 12일(일) 19:28

“바람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바람의 흔적을 따라/잠행 중이다//나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나와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나와 인연을 맺을 사람에게/바람의 목마름 전한다”

- 시인의 말 中

2021년 ‘시와문화’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한 이성환 시인의 첫번째 시집 ‘바람을 필사하다’(시와문화刊)가 출간됐다.

총 5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방법론과 시정신이 균형을 갖춘 표제작 ‘바람을 필사하다’를 비롯해 ‘무등산’, ‘판도라의 상자’ 등 71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그는 자연과 사물, 평범한 일상사를 소재로 하면서도, 부드러운 정서 구현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등 서정시의 본령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시인은 그의 고향 광주를 지키는 무등산에서 ‘생면부지 초면이지만 오랜만에 동행하는/할 말 많은 모녀의 미주알고주알 다 받아’주고, ‘속상한 마음 덥혀주고’, ‘어깨 축 처진 가장/잘했다 잘했다 다독여’주는 미덕을 읽는 등 보기 드물게 서정시의 특질을 보여준다.

이성환 시인

“굴을 쪼아대는 아낙네/갯벌로 간다//바구니가 무거워질수록 가벼워지는 것/갯벌은 비로소 바다로 간다’(갯벌 中), ‘온 들을 찾아다니며/온 산을 찾아다니며/꿀을 빨아 먹는 달콤함이/ 나를 맡기는 이유입니다//우리 함께라면/청산도 외롭지 않겠지요(‘나비야 청산 가자’ 中)”

이처럼 그의 시는 우리 시대 서민들의 일상사를 다루고 나무와 꽃 등 자연 소재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서정시 계열에 들지만, 단순히 시적 방법론의 일환으로 이같은 것들을 동원하고 있지는 않다.

박몽구 문학평론가는 “왜곡된 현실을 마땅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식이 그 저변에 깊게 배어 있다는 데서 그만의 입지를 찾아볼 수 있다”며 “그의 시 속의 꽃과 나무는 시적 장치가 아닌 시적 퍼소나가 거느리고 살아가는 일상의 동반자로 각인되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이성환 시인은 2021년 ‘시와문화’ 시 부문 등단했으며 2010년 숭덕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창비 교과서’ 집필에 참여, 2011년 창비 ‘야학일지’로 작품활동을 하는 등 빛나는 안목을 보여준 바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