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소멸’이 아니라 ‘인구감소지역’이다 / 김병도 |
| 2023년 02월 12일(일) 1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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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정신을 지배한다. 특히 지방에 대한 언어는 부정적이다. 지방에 대해 절망적인 표현들이 난무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더 자극적인 표현들이 등장하면서 지방은 희망이 없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를 부추기는 대표적인 표현이 ‘지방소멸’이다. 강한 자극으로 강한 처방을 기대하고 있을지라도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용어는 지양해야 한다. 향후 정부와 국회 등 공식적인 자료에서는 ‘지방소멸’이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방소멸’은 언제부터 사용되었는가? 2014년 일본 마스다(전 이와테현 지사)가 출간한 책 제목이 ‘지방소멸’이다. 이후 2015년에 우리나라에 번역돼 소개됐다. 이후 우리는 ‘인구감소지역’을 깊은 고민 없이 앵무새처럼 ‘지방소멸’이라고 표현해왔다.
마스다 보고서에서 지방소멸지수는 ‘65세 이상 고령자대비 젊음여성(20세-39세)’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인구 재생산(출생)력에 초점을 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연구원에서는 지역경제 선순환 체계를 중심으로 1인당 경상연구개발비, 산업 다양성 지수, 지식산업 비율, 일천 명당 종사자 수, 1인당 GRDP, 인구 증감율을 지표로 개발했고, 행안부에서는 인구구조 및 인구증감을 중심으로 연평균 인구 증감율, 인구밀도, 청년 순이동률, 주간인구, 고령화 비율, 유소년 비율, 저출생율, 재정자립도를 지표로 개발했다. 일본에서 시작된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실효성있는 정책개발에 이제는 우리나라가 더 적극적이다.
2022년 6월10일에 이미 인구감소지역 지원특별법이 공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지방자치법 제198조(대도시 등에 대한 특례 인정) 제2항 제2호에 ‘지방소멸위기’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개정되기를 바란다. 인구감소지역 지원특별법은 2020년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으로 본격적인 인구감소가 현실화되고, 2019년 말 기준으로 국가 전체 인구의 과반수를 넘는 50.2%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으며, 수도권 경제 집중 현상을 제안 이유로 들고 있다. 이에 인구감소 문제 대응을 위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일자리, 주거, 교통, 문화,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종합적 지원을 하고자 설치한 법률이다.
지역의 인구감소는 복잡하고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청년층의 인구유출, 출생률 저하, 고령층 확대 등은 모두가 연결돼 있다. 이는 경제, 사회, 문화, 의료, 교육 등 모든 기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악순환이 계속됨을 의미한다. 최근 고향사랑기부금법,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 등 다양한 지원법률과 제도들이 생산되고 있다. 정책의 효과를 검증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어떤 정책과 제도보다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성별, 자녀 수, 출신 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이 우선 되어야 한다. 우선 딸과 아들에 대한 선호를 없애야 한다. ‘요즘에는 딸이 좋다.’, ‘집안에 아들 하나는 있어야 한다.’와 같은 인식이다. 다음은 자녀수를 두고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만 둘이면 은메달, 또 아들만 둘이면 동메달도 아니고 목메달’과 같은 인식이다. 그리고 사회생활에서는 ‘어느 지역 출신인가’가 중요하다. 실력과 능력보다 더 중요하게 작동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인식부터 개선하는 노력을 실천해야 한다.
지방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 ‘지방소멸’과 같은 부정적 용어를 제거하고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와 같은 긍정적 메시지를 적극 활용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