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난데없는 단수 광주시 늑장 대처 아닌가

2023년 02월 13일(월) 20:04

휴일 갑작스런 수돗물 단수 안내에 광주 시민들은 어리둥절했다. 덕남정수장에서 정수한 물을 배수지로 보내는 공급 밸브에 이상이 생겨 서구, 남구, 광산구와 북구 일부 지역까지 큰 혼란이 벌어진 것이다. 다음날 오전 정상화로 일단락됐지만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

시민들은 욕조, 싱크대, 냄비 등에 물을 받아놓고, 인근 마트에서 생수를 주문하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내야 했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관련 문의가 쏟아졌다. 특히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는 일부 영업을 중단하는 등 휴일 특수를 놓쳐 막대한 피해를 당했다. 유명 커피숍은 주문 중단을 고객에게 알렸으며 식당, 미용실 등도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빗발쳤다. 수돗물이 끊긴 곳은 2만8천여 세대로 광주시는 파악하고 있다. 민원은 300여건 접수됐다.

게다가 동복댐 저수율 하락으로 생활 속 20% 물 절약 캠페인을 벌이는 와중에 상당량이 유출되면서 원성이 더 커졌다. 밸브 구동기 고장으로 정수지를 빠져나가지 못한 물은 흡사 홍수가 난 것처럼 주변 도로로 흘러 넘쳤는데, 수만 t으로 추정되는 양이다. 아울러 아파트 등 대량 소비처에서 흐린 물이 유입되면 기존의 저수조 물도 사용할 수 없어 결국 버려야만 했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는 30년 이상 지난 시설인 만큼 노후에 따른 것으로 파악했으나 사전 대비, 사후 관리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정수장 밸브가 내구 연한을 넘겨 부식이 진행됐지만 조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전 6시께 이상이 확인됐음에도 쉬쉬하다 손쓸 수 없을 상황에 이르러 뒤늦게 고지했다. 저녁 시간, 절수 당부 등 연이은 안전안내문자도 시민들의 짜증을 샀다.

결과적으로 상수도 행정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든 대형 사고였다. 무엇보다 극심한 가뭄으로 기인한 물 부족 위기에서 아낀 소중한 식수가 무심히 낭비되고 말았다. 광주시는 밸브 교체나 보수 등 근본적인 수리 방안을 전문가들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서둘러야 하고, 완벽하게 정비해야 한다. 늑장 대처에 따른 비판에는 깊이 고개 숙여야 한다. 이번 엄중한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