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낭비·관리 부실 등 ‘총체적 난국’ ●수돗물 정상화 불구 비판 이어져 2만8천여세대 피해…5만7천t 유출·민원 317건 姜시장 “유사 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하겠다” 박선강 기자

2023년 02월 13일(월) 20:29

사진=광주시 제공

정수장 밸브 1개 고장으로 단수 조치가 내려진 광주지역 수돗물 공급이 정상화됐다.

광주시는 시설 노후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2만8천여세대가 피해를 입고 5만7천t의 물까지 유출되면서 상수도 행정에 총체적 난국을 드러냈다는 지적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13일 “이날 오전 4시부터 정수장 유출밸브 고장으로 단수가 초래된 남구와 광산구 일부지역 2만8천여세대에 수돗물을 정상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당초 서구·남구·광산구 전 지역과 북구 일부지역 등 5만5천세대의 단수 피해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2만8천여세대가 단수된 것으로 집계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된 덕남정수장 유출밸브는 1994년 설치됐으며 시설 노후에 따른 베어링 및 축 이탈로 갑자기 잠김 현상이 발생한, 기계적 결함이라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는 고장난 유출밸브 기어박스를 분해한 뒤 역방향으로 강제 회전시켜 100% 개방하는 방식으로 지난 12일 오후 6시20분께 복구 작업을 완료했다.

앞서 상수도사업본부는 12일 오전 3시30분께 정수시설의 이상을 확인했으며 유출밸브 고장으로 추정돼 양수작업 이후 밸브 개방을 시도했다. 하지만 개방에 실패하자 영산강유역환경청·한국수자원공사 전문가와 함께 밸브 절단 후 용접 봉합하는 방식으로 긴급 복구를 마쳤다.

이정삼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이상 확인 직후 배수지 수위를 점검한 결과, 오전 11시까지는 유출밸브 수동 개방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 단수 없이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복구가 지연되면서 단수 안내문자를 오전 11시42분께 공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단수 없이 복구를 시도했다 실패하면서 단수 안내문자 첫 발송이 지연된 점을 인정한 셈이다.

유출밸브 수동 개방 지연으로 서구·남구·광산구 및 북구 일부 지역 단수 방침이 문자로 발송됐지만 용연정수장에서 10만t 가량 수돗물을 추가 생산해 공급하면서 단수 피해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 접수된 민원은 13일 오전 2시 기준 총 317건이다. 단수 민원 309건, 흐린물 출수 민원 8건이다.

광주시는 이번 사고로 누출된 물의 양을 총 5만7천t으로 추산했다. 이 중 덕남정수장에서 유출된 양은 3만7천t이며, 송·배수관 이토작업(흐린물 흘려 보내기)으로 2만t이 추가 사용됐다. 극심한 가뭄 속에 물을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리 부실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내용연수가 11년인 문제의 부품과 관련 ‘사용에 지장이 없으면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조달청의 내용연수 고시에 따라 사용했다고 설명했지만 설치 후 30년이 되도록 육안으로만 점검했을 뿐, 내부 진단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단수 및 흐린물 발생 세대에 대해 피해 상황을 접수받아 보상 절차를 진행키로 하고 구체적 보상 방안은 수돗물 수질사고 관련 보상심위원회에서 검토할 계획이다.

강기정 시장은 “극심한 가뭄으로 물 절약에 동참해 준 시민들의 정성스러운 마음을 허탈하게 만들어 너무 안타깝다”며 “이번 사고로 인한 단수와 흐린물 출수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강 시장은 “앞으로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수장 시설물 전수조사, 특히 정수장 내 관로·통신·전선·약품라인 등 지하매설물 조사를 통해 시설 개선에 나서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상하수도 행정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선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