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 고지서에 지역 산업계 ‘비명’ 목욕업 “온수 온도 낮추는 노력에도 250만원 추가 부담” 24시간 가동 식품업계 등 직격탄 “가격 인상 불가피” 양시원 기자

2023년 02월 14일(화) 20:28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사용한 도시가스·전기요금 등 난방비 폭탄 고지서가 속속 청구되기 시작하면서 지역 산업계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 업체들이 12월보다 2배 가까운 요금 청구서를 받으면서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가스·전기 요금 사용이 많은 목욕탕 업계를 비롯해 뿌리기업·식품업체 등 업주들의 근심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14일 광주 북구 두암동 소재 한 목욕탕에서 만난 업주 김모(65)씨는 카운터에 앉아 최근 청구된 1월분 도시가스·전기요금 고지서를 내보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김씨는 “지난달 급격히 오른 요금 고지서를 받고 부담이 돼 온수 온도도 낮추고, 보일러 가동도 줄이고, 이에 더해 탕 하나는 아예 물을 빼버리는 등 갖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이 12월 370만원에서 지난달 490만원으로, 도시가스 요금도 160만원에서 290만원으로 뛰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김씨는 “이미 지난해 한 차례 요금을 올려서 올해는 최대한 억제해보려 했는데 더는 못 버티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목욕업중앙회 광주시지회 관계자는 업체 규모별로 소폭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달 요금고지서가 속속 청구되면서 지회로 오는 연락이 늘었는데 대부분 힘들다는 말 뿐”이라며 “추웠던 날씨 탓에 가스·전기료는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손님은 태반이 줄었다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 때만 하더라도 방역 조치로 인한 정부 지원이라도 있었지만 방역 완화가 돼도 손님은 그대로인데 부담은 당시보다 배로 커졌다”며 “업종 특성상 60대 이상 업주들이 절반을 넘은 만큼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는 곳도 다반사”라고 덧붙였다.

치솟은 에너지 요금 부담에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비단 목욕탕 업계만이 아니다. 산업 특성상 전기료 부담이 큰 업종들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생산 비용에서 전기요금 비율이 최대 30%에 이르는 금속가공·주물·열처리·금형 등 뿌리기업과 24시간 냉동·냉장을 가동해야 하는 식품기업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순천시 소재 볼트·너트류 제조 뿌리업체 관계자는 “인력 부족으로 올해 들어 생산·설비 등을 크게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12월 670만원 나오던 전기요금이 지난달 820만원으로 뛰었다”며 “뿌리기업 특성상 중소업체·하청작업 비중이 큰 터라 납품 단가도 조정받기 어려워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담양군 한 발효식품 제조업체 관계자도 “발효 식품은 제조와 동시에 냉장·냉동 보관해야 한다. 지난해 12월과 사용한 내역 등은 비슷한 데도 이달 전기요금은 40% 정도 올랐다”며 “영세 중소기업은 도산을 막기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당장 다음달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기요금은 지난해 4·7·10월에 걸쳐 킬로와트시(㎾h)당 19.3원 오른 데 이어, 지난달부터 1㎾h당 13.1원이 추가 인상됐다. 1년 동안 총 32.4원 오른 것이다.

광주지역 도시가스 요금 또한 1년간 주택난방용(15.2원→20.7원) 36.1%, 산업용1(동절기 기준·22.7원→31.8원) 36.5% 비싸졌다.

이에 지난달 광주의 소비자물가 가운데 전기 물가는 1981년 이후 42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인 전년 동월 대비 29.5% 상승, 도시가스는 상승 폭이 동일했던 지난해 10-12월을 제외하고 199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35.7% 상승 폭을 기록했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