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찬열의 포토에세이]‘팝콘’ 따라 봄이 오는 캘리포니아
2023년 02월 15일(수) 19:28
비온 뒤, 팝콘 트리에 꽃이 만발했습니다.

어제 저녁 내내 저놈들이 피어나느라, 저것들이 세상에 태어나느라, 밤 새 톡 톡 소리 골목에 가득했나 봅니다.

저 나무를 우리는 ‘팝콘 트리’라 부릅니다. 배나무라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수십 년을 보아왔지만 나무에 배가 열리는 모습을 본 기억은 없습니다. 배꽃을 닮아 그렇게 부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배꽃을 말하다 보니, 내 젊은 시절 몇 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나주 영산포 지역의 배꽃이 떠오릅니다. 그 유명한 ‘나주배’가 나오는 지역입니다.

봄철, 광주에서 출퇴근 버스를 타고 배꽃 마을을 지나면 꽃 피는 농장의 풍경이 장관입니다. 꽃망울이 맺히는 때부터 활짝 피어나 꽃 바다를 만들 때 까지도 아름답지만, 배꽃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절경입니다.

수 천 수만 마리 흰 나비가 바람 타고 날아오르는 순간. 저 속에 섞여 나도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었으니까요.

팝콘 나무 뒤쪽으로 깃대에 달려 있는 성조기가 보입니다. 바람 부는 날이면 깃발이 펄럭입니다. 일 년 365일 저렇게 성조기를 매달아 놓습니다.

저런 집들이 간간이 눈에 보입니다. 국기는 상징입니다. 인종이 다르고 말과 습속이 다른 이 나라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표식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국기를 저렇게 집 앞에 달아두고 아침저녁으로 이 나라 국민임을 맹세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를 리드하는 미국의 힘이 저런 곳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팝콘 트리 옆에 앙상한 가지로 서 있는 단풍나무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정찬열 시인
봄과 겨울이 함께 공존하는 시절. 이제 몇 주만 지나면 저 단풍나무도 파릇파릇 싹을 틔우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봄을 함께 누리게 될 것입니다. 하향과 초록이 함께 어울리는 시절이 멀지 않았습니다.

앞산 머리에 흰 눈이 저렇게 선명한데 여기도 톡톡, 저기도 톡톡. 도처에 팝콘 피어나는 소리 요란합니다. 이즈음 캘리포니아는 팝콘 소리로 아득합니다. 팝콘 풍경으로 아늑합니다.

●정찬열 시인은…

영암 출생. 1984년 미국 이민.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거주. 1999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쌍코뺑이를 아시나요’ ‘북녁에서 21일’ 등의 산문집과 ‘길 위에 펄럭이는 길’ 시집을 비롯 몇 권의 저서가 있다.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jdaily.com/1676456895595482006
프린트 시간 : 2024년 07월 24일 04:5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