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우체국 김형종씨, 한파 속 쓰러진 80대 구조 ‘귀감’ “행복한 소식 전하는 집배원 되겠습니다” 인적 드문 현장서 응급조치 등 앞장…고귀한 생명 살려 양시원 기자

2023년 02월 15일(수) 19:28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고귀한 생명을 살렸다는 생각을 하면 행복합니다.”

한파 속 비탈길에 쓰러져 있던 80대 노인을 구조한 여수우체국 소속 김형종(49·사진) 집배원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져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5일 전남지방우정청에 따르면 강풍과 한파가 유난히 몰아치던 지난달 27일 자식들과 떨어져 홀로 거주 중인 A(82·여)씨가 목욕탕을 가기 위해 오후에 집을 나섰다가 갑자기 불어닥친 강한 바람에 비탈길에서 넘어져 대퇴골이 골절되는 큰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겠어서 소리를 질러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인적이 드문 데다 강풍에 목소리까지 묻혀 고통과 추위 속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고 위급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때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던 김형종 집배원이 비탈길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A씨를 발견했다.

김 집배원은 “당시 어르신이 쓰러져 계신 곳은 집이 몇 채 없는 외진 곳으로, 최근 갑상선 수술을 하셔서 목소리도 안 나와 그저 끙끙 앓고 계셨다”고 설명했다.

깜짝 놀란 것도 잠시, 김 집배원의 몸이 먼저 반응해 곧바로 오토바이를 멈췄으며 A씨를 부축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어 몸 상태를 확인, 다리가 안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즉시 119에 신고했다.

또 이웃 사람을 불러 보온 등 응급조치를 취하면서 A씨가 무사히 병원에 이송될 때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추후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의 자녀 B씨는 “집배원의 선행이 아니었다면 어머니께서 큰 변을 당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며 “이 분의 선행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김 집배원은 “그 누구라도 그 상황이었다면 저처럼 행동했을 것”이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못내 쑥스러운 듯 말을 아꼈다.

김 집배원은 이어 “자녀분이 수소문해 연락을 줘서 되레 감사했다”며 “고귀한 생명을 구했다는 생각을 하면 행복하다”고 웃었다.

끝으로 김 집배원은 “한 가지 바람은 정을 나누는 집배원으로서 이 일을 하는 동안 사고 없이 몸 건강하게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늘 행복과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