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도 아닌데 곳곳에 ‘정치인 현수막’ 눈살 ‘옥외광고물법’ 개정 셀프 합법화…미관 저해·사고 우려 일반인은 유료 특혜 지적도…지자체도 “철거 한계” 몸살 안태호 기자

2023년 02월 17일(금) 07:20

지난해 옥외광고물에 관한 법령이 개정되면서 광주시 곳곳에 정치인의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게시돼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 등 일반인의 경우 신고·허가의 과정과 일정 수수료를 부담하고 지정된 장소에 현수막을 게시해야 하지만, 정치인들은 해당 과정 없이 게시가 가능해 특혜 시비도 일고 있다.

16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 12월 통과됨에 따라 정당이나 정당활동을 하는 정치인은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신고·허가 없이 게시할 수 있게 됐다.

신설된 내용은 ‘정당이 정당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표시·설치하는 경우. 다만, 현수막의 표시 방법 및 기간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이다.

이같이 법이 개정된 이후 지난해 말부터 광주지역 곳곳에 정치인들의 현수막 살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광주 북구 중흥삼거리에는 여러 정당과 정치인의 현수막이 다양하게 걸려있었다.

일부 현수막은 소상공인이 수수료를 내고 사용하는 지정 게시대를 가리기도 했다.

지정 게시대를 이용한다는 인근 상인은 “명절이나 선거철도 아닌데 정치인 현수막이 곳곳에 보여서 왜 그런가 했더니 결국 본인들 편하려고 법을 개정한 ‘셀프 합법화’ 아니냐”며 “게시 장소도 자유로운 데다 무료라니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북구청 사거리의 상황도 비슷했다.

건널목 나무 사이에 현수막이 걸려있어 이를 피해서 이동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일부 현수막은 도로 쪽 시야를 가리기도 해 사고 가능성도 우려됐으며 도시 미관 또한 흐리고 있었다.

인근 주민 최세민(39)씨는 “이 곳은 매일같이 정치인의 현수막으로 뒤덮여있다”며 “보기 싫을 것은 물론, 시야를 방해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1㎞ 남짓 도로에 현수막 수 십개가 걸려있다 보니 제때 수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관련 법령에 의해 정치인의 현수막은 한쪽 귀퉁이에 설치 날짜와 설치 담당자의 연락처가 기재돼 있지만, 수거를 담당하는 지자체는 대응 인력이 부족해 현수막을 일일이 확인, 구분해서 수거하기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불법 현수막 수거도 몇 천건에 육박하는데, 정당 및 정치인의 현수막까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며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법이 개정돼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게시 기간이 지난 현수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을 시 행정절차 등을 검토 중”이라며 “시민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불법 홍보물 철거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