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동지회 5·18 대국민선언 강행 ‘반쪽 화합’ 민주묘지 기습 참배…반대측 항의에 선언식장 어수선 주최측 “명령 따른 계엄군도 피해자…용서·화합해야” 안재영·안태호 기자

2023년 02월 19일(일) 19:52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 공동선언’ 행사장 앞에서 진상규명 협조와 진솔한 사과를 요구하는 시민단체가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19일 오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김애리 기자·<5·18묘지관리사무소 제공>

5·18민주화운동 이후 43년 만에 일부 5·18 단체와 특전사동지회가 화해의 손을 맞잡았으며 화합을 약속했다.

하지만, 5·18 공법단체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 등의 불참 선언 등 반대에도 불구하고 행사가 강행돼 ‘반쪽짜리 화합’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부상자·공로자회와 특전사동지회는 19일 오전 11시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재단에서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개최했다.

선언식에는 오월단체 회원 및 관계자 100여명과 특전사동지회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공동선언의 주요 골자는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또한 ‘명령에 따랐던 피해자’이며 화해를 통해 5·18 정신이 계승·발전되도록 힘쓰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단체들은 모든 활동에 있어서 상호 우호적으로 협력, 지원하며 친선과 교류를 강화할 것을 행동 강령으로 삼았다. 또 5·18 유공자와 마찬가지로 현재까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계엄군 장병들도 치유 받을 수 있도록 필요 시 법적·제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오월 단체와 특전사 동지회는 이러한 내용의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는 조인식을 갖고 국민대통합에 앞장 설 것을 굳게 다짐했다.

황일봉 5·18부상자회장은 “호국 영령과 민주 영령이 진정 바라는 것은 민주주의의 완성일 것”이라며 “이 자리를 통해 용서하고 화해해 슬픔보다는 기쁨을 노래하며 43년 전 오월 영령들이 이뤘던 ‘대동세상’을 향해 출발하려 한다”고 선언했다.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도 “지난 기억에 사로잡혀 마음을 열지 않고 각자의 입장만을 고수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언제 어디서 찾겠냐”며 “오늘 우리 양 단체가 주창하는 화해와 용서, 감사의 큰 물결이 5·18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모든 이웃과 국민들에게 확산돼 ‘국민 대통합’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5·18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날 ‘진정한 사죄가 먼저’임을 거듭 강조하며 반발에 나섰다.

반대 측은 공동선언식 전 행사장 바깥에서 입구 앞에 드러누워 행사 반대를 목 놓아 외쳤으며 행사장에 들어가려는 주최측과 반대 측이 충돌,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최 측은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당초 오후에 참배하기로 했던 국립5·18민주묘지에 특전사동지회 소수 인원만 대동한 채 오전 10시께 방문, 기습 참배했다.

때문에 특전사 출신 인사들이 공식적으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것은 80년 5월 항쟁 이후 처음이지만, 기습 참배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를 두고 이날 오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오월 정신 지키기’ 집회에 참가한 한 시민은 “기습 참배는 본인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그들이 말하는 포용과 화해와 감사가 이런 것이냐”고 비꼬았다.

/안재영·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