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으로 끝난 특전사의 5·18 참배·화합선언

2023년 02월 20일(월) 19:42

5·18민주화운동 부상자·공로자회와 특전사동지회가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열고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또한 ‘명령에 따랐던 피해자’라며 5·18 정신의 계승·발전을 위해 힘쓰기로 했다. 부상자회는 “호국 영령과 민주 영령이 진정 바라는 것은 민주주의의 완성일 것”이라며 “대동세상을 향해 출발하려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동지회도 “화해와 용서, 감사의 큰 물결이 5·18을 바라보는 모든 이웃과 국민들에게 확산돼 ‘국민 대통합’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5·18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진솔한 사죄가 먼저라고 거듭 강조하며 강력 반발했다. 선언식 행사장 바깥에서 입구 앞에 드러누워 반대를 목 놓아 외쳤으며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피묻은 군홧발로 5·18을 짓밟지 말라’거나 ‘대국민 공동선언은 5·18 왜곡’ 등의 문구가 담긴 손팻말을 들고 사과를 촉구했다. 특전사 출신 인사들의 공식적인 5·18 민주묘지 참배도 1980년 5월 항쟁 이후 처음이나, 유족회가 빠진데다가 당초 예고된 일정을 바꿔 기습적으로 이뤄줘 의미가 반감됐다. 개별 묘역 참배와 방명록 작성도 하지 않았고 15분 만에 모든 의식을 마치고 돌아갔다.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를 초청해 국립 5·18 민주묘지를 합동 참배하고 ‘화합’을 주제로 발표한 공동선언 행사가 ‘반쪽’으로 마무리됐다. 지역사회의 뜻을 거슬러 강행되면서 용서와 화해는 사라지고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앞서 계엄군 출신 특전사 대원 일부가 5·18 때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와 화해의 자리를 가졌었다. 이들은 진상규명 조사 과정에서 협조하며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직접 사죄한 바 있다.

명령에 따른 계엄군도 피해자라지만 가해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 5·18을 기만하고 우롱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가 계엄군의 당시 광주 투입은 질서 유지 임무 차원이라고 발언해 논란도 불거졌다. 진상규명과 진정한 사과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여론에 동지회는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안타깝고, 아쉬움을 남긴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