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정신피해 보상 소송 기록의 역사적 가치

2023년 02월 21일(화) 19:26

5·18 국가권력 피해자들의 정신적 손해 배상의 길을 열어준 기록물이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기증됐다.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옥고를 치른 나일성 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승소한 재판 기록이다. 1심과 항소심,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포함돼 있다.

나씨 등은 2018년 12월 13일 광주지방법원에 ‘5·18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2019년 5월 9일 헌법재판소에 ‘5·18민주화운동보상법 제16조 2항 화해 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헌재는 2년 만인 2021년 5월 27일 위헌을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2021년 6월 8일 해당 조항은 ‘민사소송법상 따른 화해 성립으로 명시하되, 정신적 피해는 화해 성립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이로써 나씨 등은 2022년 9월 1일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최근 광주지법은 5·18 당시 11살 나이에 계엄군 총에 맞아 숨진 전재수 군 유족을 포함해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가족 126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배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헌법 질서 파괴 범죄를 자행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로 인해 고인과 가족들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이고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에도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나씨의 경우는 계엄군의 도청진압 작전 당시 교전 중에 체포돼 구속됐으며 상무대 영창에서 가혹행위를 당해 장해 12급 판정을 받았고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내란부화 수행죄로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후 형집행 면제로 풀려났으나 정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고통에 시달려왔다. 1980년 5월 200여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3천 여명이 넘는 무고한 시민들이 고문·폭행 등에 따른 후유증으로 통한의 삶을 살았다. 연좌제까지 더해 가족의 아픔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기록물은 역사성이 매우 큰 자료다. 홍인화 기록관장은 “5·18의 인권적 가치를 사법적으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보상법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소송 기록이다. 국가의 정신적 피해 배상 책임을 공식화 한 것으로 5·18 연구 조사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기증의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