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위반 70대 ‘40년 만에 무죄’ 유가족 재심 청구…“가혹행위에 의한 허위 자백 증거 효력 없어” 오복 기자

2023년 02월 21일(화) 20:06

국가보안법위반과 반공법위반 혐의로 징역형에 처해졌던 70대가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보안부대 수사관들로부터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폭행과 가혹행위를 통한 허위 자백으로 한 진술과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수집된 증거 모두 효력이 없다는 법원의 판단에서다.

광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심재현)는 국가보안법위반, 반공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1982년 1심과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A(78)씨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이미 사망했지만, 이번 재판은 A씨 유가족의 재심 청구로 열렸다.

A씨는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은 B씨와 화합 동조하고 북괴로 탈출할 것을 음모, 임자도 간첩사건 관련자들의 범죄사실 은닉, 연락용 암호문건인 난수표 소지, 공산주의 내용이 담긴 서적인 사회과학강의 등 책자 소지 혐의로 기소돼 1982년 9월22일 징역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사실 오인과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해 2심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받았다.

A씨는 임자도 간첩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최영도의 아들이다.

A씨는 1982년 신안에서 농업에 종사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난수표를 조용히 처리한다는 것이 늦어져 6개월여 보관했으며 최초 수사당국에서 해당 난수표를 신고로 처리한다고 해 수사에 협조했을 뿐인데, 고문을 당하며 허위진술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불법연행돼 55일간 조사를 받으며 팔이 골절되고 등과 가슴을 다치는 등 심한 고문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법원은 수사할 권한이 없는 국군 제505보안부대 수사관들이 적법한 영장없이 연행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고문에 의한 공포심과 억압된 심리상태에서 진술한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고 밝혔다./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