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의 조우…詩의 낙원 표현하고자 했죠” ●전남도립미술관 ‘시의 정원’展 참여작가 간담회 지역 문학작품서 영감·남도문인과 협업 통한 작품 선봬 최명진 기자

2023년 02월 22일(수) 19:27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기념전 ‘시의 정원’ 개막식을 앞두고 전남도립미술관 전시 참여 작가들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은 ‘시의 정원’전 참여작가. 왼쪽부터 리밍웨이, 안유리, 이매리, 임흥순.

국제 미술계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현대미술 작가들이 ‘남도’와 ‘문학’을 중심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21일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기념전 ‘시의 정원’ 개막식을 앞두고 전남도립미술관 교육실에서 전시 참여 작가들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테이트모던, 퐁피두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대규모 국제 미술전에 참가한 대만계 미술 작가 리밍웨이와 강진 출신으로 세계 유수의 비엔날레에 참여하며 국내외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매리, 한국작가 최초로 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네덜란드에서 공부했으며 지난 몇 년 간 이동하는 삶 속 ‘사라진 말과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오고 있는 시각예술가 안유리 4명 작가가 참여했다.

안유리 작가는 20세기 전쟁과 폭력의 역사를 직접 목격하고 그 시기를 살아냈던 여성 시인들에 주목한다. 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해남 출신 고정희 작가 등 국적이 다른 4명 여성 시인들의 시와 현재를 살아가는 8명 여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이자 미술가인 임흥순 작가는 완도 출신 작가 임철우의 소설 ‘백년여관’에서 영감을 받았다. 임 작가는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하는 가상의 섬, 고통과 아픔을 나누는 공간인 ‘백년여관’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되돌아보게 됐고, 이를 풀어야 할 곳은 여수와 순천이라고 생각했다”며 “앞으로의 백년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하며, 작업하면서 만난 네 명의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냈다”고 밝혔다.

금분, 석탄, 흑연 등 광물에서 찾은 소재로 존재의 근원을 드러내는 이매리 작가는 “기억을 되찾기 위해 간 고향 강진의 탯자리에서 또다른 이야기들이 매몰되고 기억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수많은 흔적들이 담긴 ‘지층’, 그리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발굴의 터’를 가장 시각적이고, 자연스럽게 현대미술로 이끌어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리밍웨이 작가는 구례 출신 정지아 소설가와 구례를 함께 여행한 뒤 제작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이번 여행은 정 소설가의 시선으로 구례를 바라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며 “의미 있는 공간을 담은 사진 프로젝터와 열두 개 상자 안의 소품들은 일상적이지만 소중한 추억과 기억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서는 이번 전시와 연계해 준비한 임흥순 작가의 ‘티 퍼포먼스(Tea Performance)’가 펼쳐졌다. 소설 ‘백년여관’ 속 인물들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을 초대, 차를 마시는 시간을 통해 치유와 위안을 선사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