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차단 안돼요”…룸카페 단속에 업주 ‘한숨’ 광주 북구, 커튼 걷고 필름지 떼고 내부 보이도록 조치 업주 “청소년 손에 꼽아…성인들 만족도만 하락” 성토 안재영 기자

2023년 02월 23일(목) 19:55

광주 북구가 여성가족부의 룸카페 단속 강화 지침에 따라 관내 룸카페에 대한 점검 및 단속을 실시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북구청 아동청소년과 직원이 룸카페의 커튼 등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 어려운 시기에 모든 룸카페가 유해업소로 비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지난 22일 오후 3시께 광주 북구 용봉동 한 룸카페.

이곳은 앞서 14일 광주 북구청 아동청소년과와 북부경찰,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등으로 구성된 점검단이 ‘청소년 유해환경 민·관 합동점검’을 다녀간 곳이다.

당시 점검단은 업소에 청소년 보호를 위한 조치를 주문했고, 이후 8일이 지나 이행 상태를 살피고자 재점검에 나섰다.

룸카페에 들어선 점검단은 개별 분리된 공간의 내부를 밖에서 볼 수 있는 상태인지 살폈다. 이는 ‘밀폐 공간’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외부와 차단된 밀실에서 청소년들의 탈선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해당 업소는 블라인드가 방 문턱까지 내려오지 않도록 조치했다.

인근의 다른 룸카페는 분리 공간의 불투명했던 커튼을 ‘반투명’으로, 다른 한 곳은 문에 붙은 필름지 일부를 떼어 밖에서 안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로 업소들은 모두 청소년 출입 가능 및 유해환경 차단 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업주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업주 A씨는 “단속 취지를 이해하지만, 일부 업장에서 일어난 행위가 룸카페 업종 전체로 확대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물가가 천정부지 올라 가게를 운영하는 것 자체로도 힘든데 이미지 타격까지 입어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업주 B씨도 “대학가에 입점해 있다 보니 손님 대부분은 성인이다. 청소년들의 방문은 정말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청소년 유해환경 차단을 위해 인테리어 등을 바꾸라고 하니 반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용자들의 만족도 역시 떨어졌다고 업주들은 입을 모았다.

업주 C씨는 “방해받지 않는 공간에 매력을 느껴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인데, 구조 변경 후 밖에서 누구라도 쳐다볼 수 있게 되자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다”며 “지침 상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안내를 했지만 불편함을 내비치는 손님들이 상당하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이날 룸카페를 이용하려고 온 대학생 D씨는 “커튼이 완전히 쳐졌을 땐 바깥 소리나 다른 사람이 오가는 인기척이 거의 들리지 않았는데, 커튼이 어느 정도 젖혀져 있어서 그런지 소음이 너무 많이 들린다”며 “이전에 비해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룸카페가 일반·휴게음식점으로 신고되다 보니 서류 상으로 구별이 쉽지 않은 데다, 규정이 모호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관내 일반·휴게음식점 가운데 어디가 청소년 유해업소에 해당하는 지 알아보려면 일일이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며 “인터넷 검색을 통해 후기를 보고 찾아가는 방식으로 단속을 진행했지만, 드러나지 않은 업소가 얼마나 더 있을지는 모를 일”이라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힘들게 업장을 찾아가도 대부분 일반음식점으로 돼 있어 ‘여기가 왜 청소년 유해업소냐’고 반발하는 업주들이 상당하다”며 “영업 형태에 따라 업종 분리가 되고, 이에 근거한 단속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세부적인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지난 10일 관계부처와 지자체 등과 함께 청소년 유해업소 ‘변종 룸카페’에 합동 대응하기 위해 회의를 개최했으며 앞서 지자체와 경찰에 공문을 보내 적극적인 단속을 주문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