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세상읽기’ 판화가 이민 ‘양림동 판타블로’展 개최 내달 18일까지 대인동 김냇과 “오랫동안 간직한 고향 그리움 담아냈죠” 최명진 기자

2023년 02월 26일(일) 19:39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민 작가.

알록달록 양림동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화사한 색감의 대문과 기둥, 낮은 처마를 지닌 집 위로 풍선꽃이 떠오른다. 골목길 한 켠에 세워진 리어카, 줄지어 서있는 선교사 사택, 한옥과 어우러진 현대식 가게들은 어딘지 모르게 친근한 느낌이다.

서양화와 판화 기법을 혼용한 ‘판타블로’ 기법으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는 판화가 이민 작가가 시화집 ‘양림동 판타블로’ 출간을 기념해 대인동 복합문화공간 김냇과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양림동 풍경을 담은 그림과 함께 작가의 근작인 제주도를 담은 작품까지 총 38점을 선보인다.

세밀한 선 표현이 돋보이는 그의 판화 작품은 마치 서양화 한 폭을 보는 것 같다.

판화 작업에서 사용하는 프레스를 동원하지 않고 자기 무게를 이용해 지압하듯 눌러 표현하는 방식으로 보다 많은 컬러를 담은 대작들이 눈길을 끈다.

“기존에 해왔던 단순한 답습을 탈피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현대회화의 폭을 넓힌 거죠. 나만의 고유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단한 노력이 필요한데, 저는 그런 점에서 판타블로 기법을 처음으로 시도하고 끊임없이 연구해오고 있어요.”

양림동 그림은 작가가 유년시절 고향의 기억을 떠올리며 담아낸 작품들이다.

작품 ‘양림연가’에는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긴 오브제들이 모여있다. 양림동 대표 시인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부분과 함께 양림동에서 오랜 족적을 남긴 배동신 화백의 ‘정물’, 양림교회 풍경 등이 화면을 한가득 채웠다.

양림동을 배경으로 한 밤하늘, 진눈깨비가 휘날리는 풍경을 그린 그림 등에서는 고즈넉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버거집이나 의상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골목골목을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전시에서 만나지 못한 ‘양림동 시리즈’ 전 작품은 시화집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차곡차곡 담아냈어요. 양림동의 어제와 오늘, 그 옛날 풍경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들이에요. 지금은 경기도에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합니다. 추억을 회상하며 내 스스로를 찾기 위한 여정인 거죠.”

전시는 다음달 18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이민 작가는 화순 출생으로 조선대 미술대를 졸업하고 일본 명문 미술대학인 다마대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일본에서 판화 작업으로 호평을 받으며 인기작가로 활동했고,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 2년여간 광주에서 작업, 이후로는 서울·경기 등에서 꾸준히 작품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지금까지 개인전 83회, 국내외 단체전 및 아트페어 95회를 가졌으며 조선대 겸임교수, 국립현대미술관 아카데미교수를 역임했다.

작품 ‘희망’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