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원 ‘유물과 마주하다’ 발간 1원짜리 참기름병 국보된 사연은? 연구자들이 마주한 국보·보물의 뒷이야기 생생한 현장조사 및 관련 연구성과 수록도 최명진 기자

2023년 02월 26일(일) 19:39

유물과 마주하다-내가 만난 국보·보물’ 책자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이 국보·보물로 지정된 미술·기록 문화유산의 뒷이야기를 담은 책자 ‘유물과 마주하다-내가 만난 국보·보물’을 발간했다. 이번 책자 발간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를 돕고 보존·관리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미술문화재연구실 연구자들이 국보와 보물을 정기 조사하는 과정에서 선별한 ‘국보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보물 서경우·서문중 초상’ 등 13건의 주요 문화유산의 조사 소회와 뒷이야기를 한데 모아 재미를 더했다.

또 유물의 세부 모습과 조사 장면을 담은 사진을 통해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해당 유물에 관한 참고 자료도 수록해 관련 연구 성과를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게 꾸몄다.

책은 ▲살아남은 문화재와 마주하며 ▲옛사람들의 마음과 삶을 떠올리며 ▲왜 국가가 관리하는 문화재일까 ▲구석구석 다시 보는 국보·보물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원짜리 참기름병이 국보가 된 사연, 6·25 전쟁 당시 목숨을 건 피난길에서 어두운 밤을 이용해 커다란 영정함 두 개를 실은 수레를 끌며 끝까지 지켜낸 후손의 노력, 불교미술 전공자가 사찰 문화유산의 정기조사를 맡으면서 느끼는 ‘덕업일치’의 기쁨, 딸이나 아들, 처가나 외가를 구분하지 않고 나눈 재산 상속과 분배 문서인 ‘분재기’를 통해 본 사회상의 소회 등 연구자들의 재미있는 현장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에 따르면 1997년 국보로 지정된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은 1920년대 한 할머니가 야산에서 나물을 캐다 발견했다.

국보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제공> ‘

할머니는 야산에서 주워온 흰색 병에 직접 짠 참기름을 담아 상인에게 1원에 팔았다.

당시 경성에 살던 일본인 골동품상 무라노는 부인이 구입한 이 참기름병이 조선백자임을 알아보고, 이를 다른 골동품상에게 60원에 팔았다.

이후 여러 수집가들은 거친 백자는 1936년 경매에서 1만4580원에 낙찰되는데, 이는 당시 기와집 15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역대 최고가의 조선 백자를 손에 넣은 사람은 우리나라 최초 사립미술관인 보화각(현 간송미술관)을 설립한 간송 전형필이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조선백자는 1997년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이라는 지금의 명칭으로 국보로 승격돼 오늘날까지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이번 책자를 통해 문화유산의 국보·보물 지정 이후 관리 과정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미술·기록 문화유산이 안전하게 전승돼 국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현장 조사와 심층 연구를 병행, 다양한 주제와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어 공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책자는 문화유산 정기조사 및 보존·관리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개인 소장가, 문중, 사찰 및 전국 국·공·사립 도서관과 박물관 등에 배포되며,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에서 전자책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2006년부터 법으로 정해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의 보존 상태와 보관 환경에 대한 정기조사를 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국립문화재연구원 미술문화재연구실의 연구자들이 국보·보물로 지정된 미술·기록 유산에 대한 정기조사를 수행 중이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