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폭등 ‘직격탄’…요금 인상 유보 ‘악재’ 연속 ●한전 ‘역대 최대 적자’ 원인과 전망 LNG·유연탄 가격 급상승에 따른 시장가격도 적자 폭↑ 경기침체·총선 인상 발목…긴축재정·해외수주 돌파구 임채만 기자

2023년 02월 26일(일) 21:00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의 적자 폭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32조6천34억원의 영업손실이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이 적자 폭을 키웠다. 이에 대한 극약처방으로 한전은 긴축재정과 함께 전기요금 인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고물가에 따른 경기침체로 정부와 여론이 요금 인상에 부정적이어서 당분간 재정 악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러-우크나 전쟁발 에너지 가격 폭등 ‘적자 폭’ 키웠다

지난해 영업손실 중 주목되는 부분은 연료비(15조1천761억원)와 민간발전사전력구입비(20조2천981억원)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속사정을 살펴보면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크게 기인하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LNG(액화천연가스)·석탄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비싼 가격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LNG는 2021년 t당 73만4천원에서 지난해 156만4천으로 113% 증가했다. 유연탄도 t당 158%(13만9천원→35만9천원) 급증해 이에 따른 전력시장가격(SMP)도 108%(㎾h당 9만4천원→19만6천원) 상승했다.

이로 인해 적자 폭은 눈덩이처럼 커졌고 한전의 재무 건전성은 날로 악화됐다.

◇경기 침체·선거 ‘요금 인상’ 발목잡나

지난해 세 차례 전기요금을 ㎾h당 총 19.3원을 인상했지만 막대한 적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h당 13.1원 인상했다.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으로 제시한 51.6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급격히 치솟은 공공요금에 대한 서민 부담 최소화를 위해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당장 2분기에 요금이 어떻게 조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전, 학계 등은 에너지 요금 현실화를 미루다 보면 부작용이 그만큼 커진다고 우려한다.

공공기관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계속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금융시장 왜곡으로 중소기업이나 서민에게 피해를 줄 여지가 더 커지고,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 에너지 절약이 필수인 상황에서 에너지 요금 동결이 자칫 소비자들의 이용 행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올 하반기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에너지 요금 인상에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5년간 20조 긴축재정·해외수주 돌파구되나

한전은 ‘재정건전화 계획’에 따라 비핵심자산 매각, 사업시기 조정, 비용절감 등 향후 5년간 총 20조원(한전 14.3조원, 그룹사 5.7조원)의 재무개선을 목표로 전력그룹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고강도 긴축재정을 통한 사상 최악의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또 재무위기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전력의 생산과 운송, 소비 전반의 과감한 효율향상을 통해 국민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국내 전력망 건설에 적극 투자하고, 인력 재배치와 유연한 조직을 구현하는 등 지속되는 적자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더불어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차별화된 경쟁력과 핵심기술을 확보하면서, 제2의 바라카원전 수주 및 전력산업 수출산업화를 견인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해 반등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임채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