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 확률 UP’·‘전액 환불’…거짓 광고 주의 가입비 수백만원 요구…피해 발생해도 처벌 쉽지 않아 작년 경기북부경찰청 ‘607억 편취’ 검거…관련 법 발의 안태호 기자

2023년 03월 01일(수) 20:10

사진=연합뉴스

# 직장인 A(30)씨는 최근 인터넷 검색 중 “당첨 확률이 높은 번호만 선별해 드립니다”라는 글귀를 봤다. 마침 매주 로또 복권을 사고 있었던 A씨는 눈이 번쩍 뜨여 그곳에 연락을 했고 담당자인 B씨가 “필요하면 스포츠토토에서 하는 도박 예측도 분석해 준다”고 A씨를 450명이 있는 단체톡방에 초대했다. 단체톡방에서는 “구화(가칭) 회원님이 1천500만원을 벌었다”는 글이 올라왔고 사람들의 “축하한다”, “부럽다” 등의 대화가 이어졌다. B씨는 A씨에게 “회원님도 할 수 있다. 가입비를 입금하면 번호를 알려주겠다. 당첨이 안 될땐 전액 환불해주겠다”고 말했고, A씨는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송금하려고 했지만 친구 C씨가 “돈 보내면 절대 못 받는다. 주위 아는 사람도 그런 식으로 몇 천만원을 날렸다”고 극구 만류했다.

A씨는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혹’했던 것 같다”며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어려운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하는 사기가 근절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불황을 틈타 로또 1등에 당첨시켜주겠다는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대부분 거짓 광고여서 사람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일 광주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다음, 네이버 등에 로또 조합이라고만 검색해도 수 십개의 로또 분석 사이트가 뜨고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면 ‘당첨 확률 up’, ‘실제 로또 1등 당첨’ 등의 문구가 화면에 줄을 잇는다. 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에서도 ‘로또번호 제공’ 등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이트들은 ‘거짓 광고’라는 게 수사 경찰의 설명이다.

광주경찰청 사이버경제범죄수사팀은 “지난해 8월 경기북부경찰청에서 사기 및 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52명을 검거해 주범 4명을 구속한 일이 있었다”며 “이들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무려 10년 간 복권 당첨번호 예측 서비스 사이트 92개를 운영, 피해자 6만4천104명으로부터 약 607억원을 편취한 혐의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적발된 사이트들은 ‘당첨되지 않으면 전액 환불해주겠다’며 수 백만원에 달하는 가입비를 가로챘으며 로또 당첨 복권 사진 및 당첨 지급 내역서 등을 합성해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처럼 피해자들이 발생함에도 해당 사이트를 사기나 허위과장광고 혐의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밝히고 다투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단순히 사이트 개설 후 번호를 제공하는 것은 죄로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행위를 복권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지난해 10월 로또 당첨 예상번호를 제공하거나 홍보하는 행위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복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동근 의원실 관계자는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로또 1등을 알려준다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며 “해외복권도 국내에서는 살 수 없는데 사이트가 많이 생겨나 국민들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 같아 법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복권사업은 국가가 복권 판매를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저소득층, 국가유공자, 소외계층 등을 지원하는 공익사업”이라며 “유사 불공정 행위에 대한 엄격한 차단으로 국민의 피해가 없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