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숙자의 '작은 학교이야기']학생이 만든 교육 활동 계획 고흥점암중앙중학교 교장 |
| 2023년 03월 02일(목) 19: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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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은 학생회 리더십 캠프였다. 작은학교에서는 전교생이 학생회 간부이자, 부서원으로서 학생자치 활동에 참여한다. 캠프는 방학 동안에 열렸지만 신입생을 포함하여 전교생이 참여했다. 이틀간 운영된 캠프의 목표는 학교 비전과 6개 부서의 연간 활동계획을 수립하고 학생회에서 합의된 사항을 학교교육계획에 반영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학교 비전을 세우기 위해 ‘우리가 꿈꾸는 학교’라는 주제로 모두 각자의 생각을 포스트잇에 적고 전지에 붙여가며 의견을 주고 받았다. 아이들은 비전문에 담길 핵심 가치를 숙의와 토론, 합의를 해가며 자신들이 꺼내 놓은 가치를 유목화해 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비전문에 담길 핵심가치가 결정되었다. ‘꿈, 존중, 배려, 공동체의 행복’이 바로 그것이다.
이튿날 아이들은 6개 부서별로 나뉘어 연간 활동계획서를 작성하였다. 사실 기획서 작성은 성인도 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잘 해 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아이들은 담당선생님에게 예산이 얼마나 있는지 질문도 해가면서 사업목적, 세부계획, 예산, 기대효과에 이르기까지 기획서 양식에 맞춰 작성했다.
며칠 후 교직원들의 신학기 집중기 연수가 시작되었다. 약속대로 학생회장은 교직원 회의에 참석하여 그간 학생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발표하고 교육계획에 반영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아이들이 세운 학교의 비전과 그에 따른 교육활동 계획을 들으면서 선생님들은 감동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아마도 아이들이 세운 교육활동 계획서는 선생님들이 연간 교육활동 계획을 수립해 가야하는 일련의 과정에 힘을 실어 주지 않았나 싶다.
선생님들이 고민해 온 미래교육의 방향과 우리교육의 당면 과제, 그리고 아이들이 요청한 바를 감안하여 학교 비전을 수립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우리학교 비전은 “스스로 배우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두가 행복한 학교”다. 아이들이 자신과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 목표를 세우고 성찰하며 더불어 함께 책임있게 행동하는 역량을 함양하여 자연을 포함한 지구생태계 속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거다. 선생님들은 비전에 따른 아이들이 함양해야 할 역량과 교육목표를 설정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한 생태환경 교육을 중심축으로 학생회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실현해 가자는 거다. 기후위기는 산업사회에서 ‘공동의 선’ 대신 개인의 성공과 물질적 이기만을 추종한 결과다. 비전은 오늘날과 같은 기후환경 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다는 반성과 시대 인식을 반영한 것에 다름 아니다.
필자가 교직생활을 하면서 학교의 교육계획을 수립하는데 전교생과 교직원이 함께 해 본 경험은 처음이다. 학교현장에서 학생은 교육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되었기에 학생은 제시된 교육활동을 따라가기에 바빴고, 선생님들 또한 교무부장이 부서별 계획을 수합하여 혼자서 교육계획서를 작성해 왔기 때문이다.
학교란 무엇인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 본다. 교육과정은 아이들이 학습해야 할 내용이기에 계획 수립 과정에서 아이들이 소외되어서는 안된다. 교사 또한 학교교육의 비전 아래 교과와 모든 교육활동이 연결되어야 하기에 모든 교사가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학습자의 행위주도성이 발휘되고 학교는 개인과 사회 모두의 행복이 전제된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이라는 비전을 실현해 갈 수 있다.
2023학년도는 우리학교 비전 수립 원년이다. 지난 2월을 돌이켜 볼 때 모든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참여하여 만들어 낸 학교교육계획 수립 과정은 아이들과 교직원이 함께 나란히 걸어가며 학교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