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 곳곳 폐주유소…‘안전 사각지대’ 우려 화재 위험 주유기 버젓…출입 제한조치 ‘있으나 마나’ 사무실 출입 가능한 곳도…탈선·범죄장소 전락 지적 안재영 기자

2023년 03월 05일(일) 19:54

경영난 등으로 폐업한 주유소가 늘고 있는 가운데 시설물이 철거되지 않고 방치된 곳이 도심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의 한 폐업 주유소./김애리 기자

“불이 나야 치워 줄랑가 모르겄어.”

광주 도심 속 영업 중단 주유소가 시설 폐쇄가 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어 화재, 폭발 등의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해당 주유소 일부는 외부인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상태여서 탈선·범죄장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5일 광주 북구 신안동에 위치한 영업 중지 상태의 한 주유소.

한 때는 차들이 오가는 통로였을 주유소 주변 도로는 주·정차 차량이 차지하고 있었고, 주유소 밖은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한 조치로 테이프가 둘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 높이가 바닥에서부터 1m가 채 되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는 상태였다.

또 주유소 내부에는 주유기 3대가 여전히 남아 있어 폭발, 화재 등의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 보였다.

인근 주민들도 위험 요소를 인지, 행정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안동 주민 박모(58)씨는 “주유소가 영업을 안 한 지 1년은 다 되가는 것 같은데 폐주유기 등의 집기가 도통 치워지질 않고 있다”며 “불이 난 뒤 ‘사후약방문’식으로 치울 건지 의문”이라고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주유소 사무실 등의 문을 잠그지 않아 청소년들의 탈선·범죄 장소로 전락할 우려가 높은 곳도 있었다.

동구 불로동의 한 폐주유소는 사무실 문이 자물쇠로 잠긴 상태였지만, 바로 옆의 작은 출입문은 시건장치 없이 열려 있어 얼마든지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 4곳과 인접한 북구 일곡동의 다른 폐주유소도 부지 내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물리적 조치 없이 방치돼 있었다.

일곡동 주민 최모(47)씨는 “학교도 개학을 해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폐건물에서 나쁜 짓이라도 저지르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며 “출입을 막는 최소한의 조치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제언했다.

불로동 한 상가의 주인인 유모(52)씨도 “폐업이야 안타깝지만 부지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긴 채로 남겨져 있다 보니 도시 미관은 물론 거리의 생기마저 해치고 있다”며 “구청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관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자치구 관계자는 “주유소가 폐업을 하면 구청에 신고하지만, 주유기 등 화재 위험성이 있는 집기는 소방에서 처리를 하게 돼 있다”며 “구청에서 나설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소방 관계자도 “폐업 신고를 한 주유소의 경우 현장에 나가 주유기와 유류탱크 등 화재 위험물이 치워졌는지 확인하지만, ‘사용 중지’ 상태의 업장은 업주가 신고만 하면 다시 영업을 할 수 있어 집기를 처리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모든 전원을 끄고 사용하지 못하도록 ‘마감 처리’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화재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