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 3자 변제는 매국 행위” 규탄 지역 시민단체 “자국민 외교적 보호권 포기” 비판 양금덕 할머니 “굶어 죽어도 돈 한푼 받지 않을 것” 민주 시당·시의회 “치욕스런 굴욕 외교” 철회 촉구 박선강·안태호 기자

2023년 03월 06일(월) 19:48

정부 해법 철회하라!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노역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한 6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피해당사자 양금덕 할머니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강제동원 정부해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정부가 6일 내놓은 일제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 지역사회의 비판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단체는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의 배상안 발표에 대해 “자국민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한 반민족적 매국 행위”라며 규탄하고 나섰고, 지역 정치권도 “굴욕 외교”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일제 강제동원시민모임과 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이하 시민단체)은 이날 오후 2시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해법안은 대한민국 행정부가 사법부 판결을 무력화시키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단체는 “정부의 이번 발표는 결국 ‘한국 대법원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 주장해 온 일본의 완벽한 외교적 승리”라며 “이는 외교적 치욕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강제 동원 해법은 30여년 동안 오랜 시간 사투를 벌여 쟁취한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는 “정부의 굴욕적 해법은 인권을 유린당한 일제 피해자들을 난데없이 불우이웃 취급하는 것과 같다”며 “사죄받지 못하고 고통받는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을 그만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그동안 역대 담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역사 왜곡은 그치지 않고 있다”며 “기존 담화를 통해 식민지배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시한 적은 있지만 단 한 번도 ‘불법’을 인정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단체는 “일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다면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을 이행하면 끝날 일인데 반성한다면서 사죄도 판결도 못 따르겠다는 것은 진정성 있는 태도인지 의문”이라고 따져 물었다.

특히 시민단체는 일본 기업이 한국 전경련과 함께 ‘미래청년기금(가칭)’을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 “고통받는 피해자를 외면한 채 엉뚱하게 한국 유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운운하고 있다”며 “10년 전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가 피해자 측으로부터 퇴짜맞은 장학기금이 다시 등장했다”고 개탄했다.

시민단체는 “한일관계 정상화라는 구실을 달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의 완성을 위해 일제 피해자들을 그 제물로 바친 것”이라며 “민족의 존엄을 팽개친 매국 행위에 기다릴 것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도 반발했다.

양 할머니는 “지금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꼭 한국 대통령이 아닌 것 같다”며 “피해자들이 이렇게 고통받고 있는데 내놓은 한국정부의 입장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양 할머니는 “우리 기업에는 내가 굶어 죽는 날이 있어도 돈 한 푼 받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나이는 90이 넘었어도 마음은 청춘이다. 앞으로도 여러분들과 함께 권리를 찾을 때까지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정치권도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이날 안평환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 “일본 정부가 환영하는 최악의 굴욕 외교로 치욕스럽다”며 “친일 굴종외교를 즉각 중단하고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방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광주시의회도 성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3·1절 104주년 기념사에서 일제 식민지 침략을 우리 책임으로 돌리더니, 강제징용 해법마저도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역할을 내팽개치고 있다”며 “이는 가해자의 책임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명백한 외교적 실패이자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는 물론. 국민의 눈을 교묘히 속이는 ‘친일매국’ 조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박선강·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