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의 오늘·내일 함께하는 전자카드제 / 박찬홍

2023년 03월 07일(화) 19:37

박찬홍 건설근로자공제회 광주지사장

2021년 6월께 광주지역 한 철거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이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월 모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건물 외벽이 무너져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건설현장 사고 원인으로는 불법 재하도급, 미숙련 불법외국인 고용, 관리감독의 부실 등 투명하지 못한 관행이 거론된다. 폐쇄적인 관행을 극복하고, 건설산업 투명화, 건설근로자의 체계적인 인력관리를 실현하기 위해 ‘건설근로자 전자카드제도’가 있다.

건설근로자 전자카드제는 퇴직공제 근로일수 신고를 위해 건설근로자가 공사현장에 설치된 단말기에 전자카드를 태그해 자신의 근로내역을 직접 기록하는 제도이다. 기본적으로 퇴직공제 근로일수 신고수단으로 도입되었지만, 전자카드제를 통해 아래와 같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첫째, 투명하고 체계적인 인력관리가 가능해진다. 전자카드는 금융기관에서 발급하는 금융형 카드로 금융실명제법에 의한 카드 발급자의 정확한 개인정보 파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전자카드 태그 이력은 전자카드 근무관리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집계된다. 따라서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직종으로 근무를 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다.

둘째, 임금체불 문제 해소에 도움을 준다. 건설현장 특성상 복잡한 하도급 구조로 인해 고용관계가 불분명해 근로내역 정보가 누락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한 임금체불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했으나, 전자카드 태그 이력은 근로사실 증거자료로 활용된다. 최근 공공발주 공사에서는 임금직접지급제와 전자카드제가 연계를 통해 임금 체불 문제를 원천 차단하려는 노력하고 있으며, 적용 현장은 계속 확대 중이다.

셋째, 건설근로자가 전문 직업인으로 대우 받을 수 있도록 직업 전망을 제시한다. 현장 이동이 잦은 건설일용근로자의 경우 오랜 기간 일을 하더라도, 그 경력과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려웠다. 그러나 전자카드제를 통해 수집된 경력정보는 교육·훈련 정보 등과 결합해 건설근로자의 등급을 4단계(초급·중급·고급·특급)로 구분하는 건설근로자 기능등급제의 기반 자료로 활용된다.

반면 초기에는 제도 적응에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이에 공제회 광주지사는 근로자와 사업주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먼저, 근로자의 전자카드 발급 편의를 제공한다. 전자카드의 경우 인터넷이나 모바일로도 발급 신청이 가능하지만, 디지털 활용능력이 취약한 고령의 근로자의 경우 비대면 발급이 어려울 수 있다. 이에 광주지사에서는 금융기관(하나은행, 우체국)과 함께 현장을 찾아가는 ‘전자카드 발급 캠페인’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사업주의 제도이행을 지원한다. 광주지사는 분기마다 전자카드제도 및 시스템 사용방법을 알려주는 ‘건설사업주 집체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퇴직공제 및 4대 보험 등 노무업무 컨설팅이 필요한 경우 지사로 연락하면 ‘노무업무 무료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전자카드제는 건설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전자카드제를 통해 건설현장이 불투명한 폐쇄적 관행에서 벗어나 투명하게 개선되고, 이를 통해 건설근로자의 권익보호와 직업전망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두 번 다시 우리 지역 현장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건설근로자의 오늘과 내일을 함께는 전자카드제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