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직장인 3명중 1명 ‘외모지적’ 경험 8일 ‘세계 여성의 날’…직장갑질119, 1천명 대상 설문 외모비하 22.8%·외모간섭 24.4%…“규율로 제재해야” 오복 기자

2023년 03월 07일(화) 20:01

7일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여성의 날 기념 외모 갑질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A씨는 회사에서 수시로 외모 지적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예를 들면 “우리 A는 성형 안 한 것 치고는 예쁘고 몸매도 좋아. 그런데, 코랑 앞트임은 제발 좀 하자”라는 식이었다. 또 피부 질환으로 치료를 받느라 화장을 못하고 출근 한 날은 “뭐 좀 바르고 다녀라”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A씨는 이같은 외모 지적을 6개월이나 참다가 회사에 신고했으나, 회사는 ‘이런 진술로 (징계 처벌을 내린다면) 회사에서 잘릴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말만 했다.

여성 직장인들이 일상적인 젠더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옷차림은 물론이고 외모 지적, 칭찬을 빙자한 ‘얼굴 평가’ 등 상대를 대상화하고 수치를 주는 괴롭힘이 만연한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3·8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직장인 비너스의 탄생’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직장인 3명 중 1명은 외모 지적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0월14-21일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고, 응답자의 23.1%가 직장에서 일상적 젠더폭력·차별로 ‘외모 지적’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응답자 중 36.3%는 외모 지적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이는 남성 직장인 13.2%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 외에도 외모 비하를 겪었다는 응답자는 여성 22.8%, 남성 17%로 집계됐고 외모 간섭에 대해서도 여성 24.4%, 남성 11.4%가 경험했다고 응답해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외모 지적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젠더폭력은 상대방이 ‘여성다운’ 혹은 ‘남성다운’것에 대한 자신의 편견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자연스럽게 외모 갑질로 표출된다. 업무와 외모는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니까’ 살을 빼라, 화장을 해라 등의 질타가 만연한 이유다.

문제는 이런 외모 갑질의 경우 실제로 이를 예방하고 규율하는 정책적인 부문이 매우 미비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매뉴얼에 ‘외모 통제에 관한 젠더폭력’을 등록해 위법한 행위임을 명백히 알리고 규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수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성차별적 조직일수록 여성들의 외모뿐만 아니라 말투, 행동, 표정, 사생활까지 모든 것을 평가하고 통제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며 “통제당해야 할 것은 성별 이분법에 따른 편견과 갑질이지, 상대방의 외모가 아니다”고 말했다.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