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동시조합장 선거 끝났지만 남은 숙제는 여전

2023년 03월 08일(수) 19:48

광주·전남지역 농·수·산림조합에서 모두 200명의 조합장이 새로 선출됐다.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통해 146명이 영광을 안았고, 54명은 단독 후보 등록으로 무투표 당선됐다. 경쟁률은 광주 2.7대1, 전남 2.1대1이다. 유권자는 30여만명으로 협동조합을 위해 봉사할 참일꾼을 기대하며 한 표를 행사했다.

전국적으로 1천곳이 넘은 농협을 포함하고, 조합원이 200만명 이상이어서 공직선거에 비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깜깜이, 돈 선거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조합장 선거는 2015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받아 치르고 있다. 각기 조합이 개별적으로 맡아오면서 벌어진 고질적인 금품 살포의 폐해를 막아보자는 취지다. 선관위도 공정을 강조하며 불법행위에 대한 엄단 의지를 보였으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구성원들의 인식 개선과 자정 노력은 고사하고 수법은 더욱 은밀하고 교묘해졌다.

조합장 후보들이 협동조합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대한 정책을 제대로 내놓을 리 없고, 조합원들도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왜곡된 구조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80%대 높은 투표율 또한 지지세 결속에 따른 결과다. 실제로 ‘4당3락(4억쓰면 당선, 3억쓰면 낙선)’에서 ‘5당4락’으로 인플레까지 나돌고, 선거가 끝난 뒤 소송전 등 후폭풍이 거셌다. 올해도 공식 후보 등록과 선거운동 시작 전부터 과열·혼탁 양상을 보였다. 광주·전남 경찰은 현재 80건 115명을 수사 중으로 당선 무효사례가 속출하는 등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다.

그래도 이제껏 3번의 전국선거를 통해 공명선거의 기틀은 마련됐다. 과거에 비교하면 신고 및 제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조합장 선거가 ‘그들만의 잔치’여선 안 된다. 농·수·산림조합은 유관 정부 부처의 관심도 크고, 지역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현직에 지나치게 유리하며 선거운동이 제한적이라는 등의 지적이 있는 만큼 법과 제도적 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