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격한 인증 통해 이론·경험 겸비 지휘관 양성 / 최갑용 |
| 2023년 03월 08일(수) 19:48 |
|
소방도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 칼을 뽑아 들었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안타까운 순직사고와 부실 대응, 그리고 제기되는 현장지휘관의 지휘역량이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특별한 기준 없이 현장 경험이 많은 간부 위주로 재난 현장을 지휘해 왔지만, 이제는 ‘현장지휘관 자격인증제’ 제도를 도입해 지휘관 자격을 인증받은 소방관이 현장지휘관으로 우선 임용토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번에 마련된 자격인증제는 역할 범위에 따라 초급·중급·고급·전략 4단계로 지휘관 자격체계를 분류한다. 초급 간부인 소방위부터 소방서장인 소방정까지 해당된다. 각급 자격은 2단계 교육과 2단계 평가인증 절차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각 단계마다 정해진 점수를 얻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엄격한 방식이다. 교육은 사이버 교육과 집합교육으로 이뤄지고 평가는 개인별 가상(VR)현실 훈련을 통한 현장지휘 실기평가와 심층 면접으로 이뤄진다. 특히, 평가는 심리검사, 딜레마 상황 부여 등 다양한 전문 평가기법을 도입하고, 재난·심리 분야의 내·외부 전문가로 평가관을 구성해 평가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초급지휘관은 선착(先着)대장의 임무를 수행하므로 정보관리, 절차준수, 소통 협력(전달)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중급지휘관은 긴급구조지휘 대장으로서 정보분석, 절차준수, 소통 협력, 작전조정 역량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고급 지휘관은 지역통제단장 및 참모에 해당하므로 리더십, 소통 협력, 조직관리, 자원관리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광주소방학교는 ‘현장지휘관 자격인증제’를 조기에 안착시키고 시행될 수 있도록 지난 2019년부터 소방학교 내 교육훈련관을 신축해 훈련 공간을 확보, 지휘역량강화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기반 시설인 S/W 등 훈련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전담 TF팀을 구성해 훈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서울과 경기 등 이미 운영중인 타 시·도를 방문해 교관역량 향상을 위한 작업도 병행했다.
이제 준비를 마친 지휘역량강화센터는 오는 7월부터 광주는 물론 전남과 전북, 그리고 제주까지 호남권역 소방관을 대상으로 초·중·고급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아직 소방관들에게도 낯설 수 있는 자격인증제 시작을 앞두고 설렘과 두려움이 동반된다. 기존의 체계화되지 못했던 현장 지휘를 변화시킨다는 설렘과 동시에 틀에 갇혀 있던 생각을 깨부수고 지휘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현장에서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에 ‘현장지휘관 자격인증제’는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현장을 만드는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제는 경험이 많다고 계급이 높다고 명령만 내리는 지휘관의 시대는 지났다. 재난 현장을 이론과 경험을 통해 장악하고, 소방관 개개인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하는 현장지휘관의 전략과 리더십을 키우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목표이자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