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더 행복해지는 봄을 기대하며 / 이세연
2023년 03월 09일(목) 19:45
이세연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 팀원
하얀 눈으로 뒤덮였던 하늘과 땅은 어느새 푸른색으로 변했다. 벌써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왔다. 봄을 맞이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두꺼운 점퍼를 옷장에 넣으며 혹은 길가에 자란 꽃향기를 맡으며 봄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출근길에 차가 많은 것을 보며 새로운 학기, 봄이 시작됐음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가장 후자에 속했다. 도로에 많아진 자동차 무리를 보면서 새로운 계절이 시작됐음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최근 맞이한 봄은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봄이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 아동학대 신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에 출석하는 등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고 숨어있던 학대 정황이나 사건들이 발견되고, 자연스럽게 신고 건수도 늘어나게 된다는 말이었다. 정확한 통계자료를 찾을 순 없지만, 신고자 유형 중 학교 교사의 비율이 두 번째로 높다는 자료를 비춰 봤을 때, 아주 근거가 없는 속설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아동학대의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다. 아동학대는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감춰지기 쉽고,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기 어려우며, 가족 구성원 또한 행위자가 혹은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말하지 못하거나, ‘학대가 아닌 훈육’이라는 생각에 물들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폐쇄적인 특징은 ‘재학대’의 위험성에도 영향을 준다. 재학대 비율은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중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재학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이 안전하게 보호 받아야 할 가정이 학대 피해 아동에겐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22년 전국 27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선정해 학대 피해 가정의 가족 기능 회복을 돕기 위한 맞춤형 사례관리 서비스 ‘방문형 가정회복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광주시는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범사업 기관으로 선정해 학대 피해를 겪은 가정에 직접 방문해 아동, 보호자에 대한 심리검사, 상담, 양육 교육, 가족관계 개선 프로그램 등 아동 및 가정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과 사례관리를 진행했다. 올해는 수행 기관을 전국 43곳으로 늘어난데 이어 전국에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앞서 언급했듯 재학대 발생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동시에 아동의 원가정 보호 비율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렇기에 아동이 안전하게 성장하고 보호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진행되는 방문형 프로그램은 아동의 주된 생활 공간인 원가정의 기능 회복과 안정화를 도울 수 있는 기회이자 발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동학대에 대한 개입을 전문기관에서만 온전히 담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 어른들 또한, 주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사 떡을 돌리는 시대는 지났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윗집 아이가 너무 자주 울진 않는지, 옆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진 않는지 혹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아이에게서 상처가 자주 보이진 않는지,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둔다면 생각보다 학대 정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조금은 과하다고 생각되는 반응이 아이를 학대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문기관의 노력에 우리의 어른들의 관심이 더해진다면, 봄을 맞이하면서 어떤 아이가 학대로 신고됐다는 소식보다는, 가족과 행복하게 벚꽃 구경을 떠났다는 소식을 더 많이 듣고 싶다. 우리 어른들의 노력이 더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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