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의웅의 캔버스 산책]눈부시게 아름다운 섬진강(8) |
 | | ‘섬진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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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중 식당에 걸려 있는 지도를 보니 오곡, 석곡, 죽곡 등 ‘곡’ 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다. 식사를 마치고 2시간 정도 걸었을까 싶다. 여러 물줄기가 모여 든 탓에 강은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흐른다.
바로 거기부터 압록까지를 ‘순자강’이라 일컫는다. 5시간 정도를 더 걸었다. 힘이 들고 더운 감이 들어 옷을 하나씩 벗는 사이 ‘외오곡’ 마을에 닿는다. 호랑이가 살던 두메산골로 ‘밤실’이라 불리는 이 마을에는 산곡이 많다. 큰영골, 각시골, 밤매골, 개미골, 지방애골, 부처골, 큰영골 등의 골짜기가 줄줄이 있다. 강 건너편에는 장군 모습 같기도 하고, 묘한 사람 같기도 한 바위가 버티고 서있다. 그 모습이 장관이라, 가던 길 멈추고 한참을 쳐다본다.
봄 강이 저리도 푸르고 아름다울까 싶다. 풍광에 홀려 사진을 찍는데 앞서 가던 나의 짝꿍이 “저기 아지랑이가 보이네요”하며 손짓한다. 봄은 봄인가 보다. 길 옆 웅덩이에 조그마한 생물이 꼼지락거리며 가득 차있다. 그 옆으로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축제를 벌인다. 강 주변이 정말 아름답다. 푸른 봄 강물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나의 마음을 간지럽힌다. 캔버스를 펴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
고불 고불 강 길을 걷다보니 ‘뺑덕어미 고개’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심청이의 고향이 섬진강 주변이라는 설이 있는데 맞나 보다. 이 길로 1시간 정도 올라가면 심청이 마을이 있단다. 강물은 은빛으로 빛나며 출렁이고 구부러진 강 너머 ‘압록’이 보인다.
더욱 빠른 걸음으로 서둘러 가려는데, 나의 짝꿍은 다리가 너무 아프다며 뒤처진다. “내 다리가 아닌 것 같아요” 하면서도 내 뒤를 따라온다. 강 건너 압록으로 전라선 열차가 지나가고 압록다리 아래서 섬진강 보성강이 만나 구례로 하동으로 흘러간다. 내일은 보성강을 따라 태안사를 들렀다가 구례로 갈까 한다.
<섬진강에서 화가 노의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