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 앞둔 계엄군, 동생은 당시 시민군 ‘기구’ 구타 당해 치아 모두 빠져…어머니는 유혈 보며 통곡 안재영 기자

2023년 03월 12일(일) 19:50

오는 14일 예정된 5·18민주화운동 당시 3공수여단 소속 부사관 김귀삼(68)씨의 ‘고백과 증언’을 앞두고 그 가족의 기구한 사연이 알려졌다.

12일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에 따르면 1980년 5월20일 3공수여단 소속 중사였던 김씨는 고향인 광주에 계엄군으로 내려왔다.

당시 3공수여단은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에 주둔하며 전남대로 몰려든 시위대를 진압했다.

그 과정에서 공수부대원들의 모진 구타에 한 시민의 치아가 모두 빠지는 처참한 일이 발생했고, 거리는 시민들이 흘린 피로 붉게 물들었다.

그 핏자국과 계엄군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중년의 한 여성은 ‘내 아들들아’라며 통곡했다.

계엄군이었던 김씨는 이러한 상황을 보고 주변으로부터 들었지만, 치아가 모두 빠진 시민과 통곡한 여성이 모두 자신의 가족이었음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였다.

군 복무를 마치고 광주로 돌아온 김씨는 동생이 시위대로 활동했던 것과 치아가 다 빠질 정도로 구타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충격이었지만, 이웃들이 찾아와 김씨에게 ‘네가 광주 사람을 해쳤다’고 손가락질을 해 결국 가족을 떠나야만 했다.

타지에서 홀로 살며 고향인 광주와 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기를 수십년,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기로 결심했고 5·18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에 적극 협조했다.

그러다 지난해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전남대 정문에서 울고 간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하던 중 김씨의 어머니가 ‘그게 바로 나였다’고 말하면서 1980년 당시 전남대에 세 가족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김씨는 14일 동생과 함께 ‘고백과 증언’ 행사에 참여해 이러한 사연을 보다 세세히 밝히고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 번 사죄의 뜻을 전할 계획이다.

황일봉 부상자회장은 “이분들이 마음의 짐을 놓을 수 있도록 우리가 용서해야 다른 분들도 용기를 얻고 진실을 고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진상 규명에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부상자회는 이날 최근 민형배·송갑석·양향자·윤영덕·이병훈·이용빈·이형석·조오섭·강은미 등 9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성명을 통해 “대국민 공동선언을 폐기하라”고 촉구한 데 대해 “진상규명을 방해하지 말라”고 대응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