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숙경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부드럽지만 단단한 예술의 힘, 권력에 저항하는 약자들의 이야기” 광주정신 바탕…전세계 저항 현장에 전하는 위로와 희망 동선 변화, 짧고 쉬운 해설 등 ‘관객 중심’ 전시 선보일 것 최명진 기자

2023년 03월 13일(월) 19:00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13일 오전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 전시관 제3전시실에서 작품 해포식이 개최됐다. 이숙경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지난 6일 귀국해 작품 반입 및 설치 작업 등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날 해포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시 설치작업에 돌입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이야기를 이 예술감독에게 들어봤다.

▲전시 주제인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쉽게 설명해주신다면.

유약어수(柔弱於水),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말은 사실 주제보다는 ‘태도’에 가깝다. 이번 전시는 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권력에 저항하는 약한 자들의 승리를 의미한다. 물은 바위를 뚫고, 강물의 길을 바꾼다. 오래 싸우고 오래 저항하고 그래서 결국 이기는 게 소수, 약자들이라 생각한다. 이는 광주 정신과도 연결된다. 예술의 가치를 알고, 전통성이 강한 이곳 광주에서 펼쳐지는 전시를 기대하셔도 좋다.

▲이전 광주비엔날레 전시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전시장을 환경친화적으로 구성했다. 각목이나 합판 등 나무 재질의 친환경 소재 가벽을 사용했고, 벽체도 흰색 도장을 하지 않은 베이지색 합판 그대로다. 세련되고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재료를 썼을 때 느껴지는 전시는 어떨까 생각했다. 내용과 형식에 일관성이 있으면 했다. 이번 전시에는 환경친화나 인류위기에 대해 다루는 작가들이 다수 참여한다. 인류의 생존 문제를 다루는데 흰 벽으로 정제된 전시장 이미지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적으로도 재미있는 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은.

전시의 핵심은 관객이 중심이라는 점이다. 외지인의 입장에서 가장 입구처럼 느껴지는 기존의 5관을 전시의 제일 첫 공간으로 구성해 자연스러운 동선을 추구했다. 친절하지 않는 동선은 관객들에게 불편하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다시 되돌아가지 않아도 모든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작품 해설 또한 가능한 쉬운 말로 짧게 적어내려 했다. 전시 공간 곳곳에 의자도 많이 배치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비엔날레 전시 전체를 하나의 큰 그림으로 생각하며 여유롭게 즐기셨으면 좋겠다.

▲광주정신을 전시에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

결국 모든 작품들은 사람 사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를 광주정신과 연결시키려 한다. 광주의 5·18민주화운동 같은 항쟁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다. 억압이 있는 곳에는 저항이 있다. 이란의 히잡 시위나 흑인 인권운동, 미얀마 종교 억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세상에는 수많은 억압의 사례들이 존재한다. 이는 국가 자체적인 억압일 수도 있고, 다른 나라 또는 계층이나 종교의 충돌일 수도 있다. 슬픈 일이지만, 계속해서 반복되는 부분이고 전 세계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전시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됐으면 한다.

▲외부 전시관으로 사용되는 공간에 대해서도 소개해달라.

선정된 모든 외부 전시장은 이유를 갖고 있다. 작가들의 작업에 맞는 공간을 찾은 것이다. 본 전시관 이외로 불교적 삶의 순환을 다루고 있는 도심 속 사찰 ‘무각사’, 자연 채광 아래서 빛을 발하는 작품이 설치될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한옥 공간에서 조용히 앉아 영화 한 편 감상하는 듯한 작품이 선보여질 ‘예술공간집’, 역사적 유물과 함께 할 ‘광주박물관’ 등에서 제14회 광주비엔날레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작 비율이 50%,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도 90%에 달한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신작 제작을 위해 작가와 큐레이터 팀은 수많은 대화와 조정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한국에서 한번도 선보인 적 없는 특별한 작품들도 선정했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작품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정밀한 정선 작업을 거쳤다. 광주비엔날레라는 큰 행사에서 선보이는 신작은 참여 작가들에게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다. 이 작품들은 후에 세계 곳곳에서 전시되며 광주정신을 펼쳐낼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비엔날레가 어떤 전시가 됐으면 하는지.

하나의 여정 또는 한 편의 소설과 같은 전시로 기억되길 바란다. 전시장에 있는 모든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경험하셨으면 한다. 지역민들에게는 광주비엔날레의 긍지를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외지 관광객에게는 한국에도 이렇게 좋은 국제 비엔날레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외국인 관람객에게는 한국의 문화유산이 이런 것이구나 느끼는 예술경험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