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점순 북구자원봉사센터 소장 “봉사는 나를 돕는 일…정 나누며 살겠다” 장애아동 돌보다 ‘업’ 삼기로 결심…남구자원봉사센터 입사 코로나 시국 ‘릴레이 목도리 뜨기’ 봉사…“올해도 바늘 들 것” 안재영 기자

2023년 03월 13일(월) 19:35

“봉사는 남을 돕기 전에 나를 돕는 일입니다. 남은 인생도 봉사를 통해 정을 나누며 살아가겠습니다.”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자원봉사활동에 쏟은 홍점순(62·사진) 광주 북구자원봉사센터 소장은 13일 이같이 말하며 삶의 남은 페이지도 봉사로 채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청년시절 농촌지도소에서 4H 클럽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을 접한 홍 소장은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녔고, 1994년 광주 동구 행복재활원에서 장애아동들을 보살피다 봉사를 ‘업’으로 삼겠다 결심했다.

이후 소아암 아이들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후원자를 물색하는 활동을 하다 2005년 남구자원봉사센터에 입사했고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홍 소장이 남구자원봉사센터에 남긴 대표적인 봉사활동 프로그램은 ‘사랑의 짜장면 데이’다. 한 달에 한 번 진행했던 이 행사는 어려울 때 자식들을 먹이기 위해 기꺼이 자신들의 몫을 포기했던 어르신들이 이날만큼은 짜장면을 원 없이 드실 수 있도록 마련했다.

이 외에도 홍 소장은 청소년 해외봉사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발자취로 남기며 2012년 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남구자원봉사센터 소장을 역임하다 2021년 1월 북구자원봉사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북구자원봉사센터에서도 홍 소장은 활발한 봉사활동을 이어가려 했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면 활동 자체가 어려워져서다.

마땅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홍 소장은 ‘봉사를 꼭 나가서 해야만 하나?’라는 생각에 닿았고,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으로 ‘릴레이 목도리 뜨기’를 제안했다.

소규모로 시작된 뜨개질은 입소문을 타면서 점점 그 규모가 커갔다. 개인은 물론 녹색어머니나 동 캠프지기 등에서 열성적으로 참여해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3천여개가 넘는 목도리가 완성됐다.

홍 소장은 올해도 뜨개질 바늘을 들 예정이다. 홍 소장과 봉사자들이 짠 목도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이웃들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홍 소장은 뜨개질을 하지 못하지만 봉사에 뜻이 있는 이들을 가르치며 참여를 독려, 응원하고 있다.

올해 북구자원봉사센터는 천사무료급식소가 들어선 우산동에서 터를 옮겨 소외된 이들을 찾아갈 계획이다. 아직 어디가 될 지는 모르지만, 그곳 어르신들에게 맛있는 짜장면을 대접하고 싶다는 게 홍 소장의 바람이다.

홍 소장은 “봉사는 훈훈함과 즐거움, 그리움, 따뜻함 그 모든 것이 담긴 활동”이라며 “봉사자들 가운데서 활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고 몸이 건강해졌다는 말이 이어지는 걸 보면 자원봉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행동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봉사활동은 남을 돕는다는 것보다 나를 돕는 것”이라며 “남아있는 인생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봉사하며 살아가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