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총상 시민군-발포 현장 계엄군 ‘화해의 맞손’ 3공수 소속 김귀삼 중사·부상자 후송 시민군 김태수씨 “광주역 총 맞은 사체 봤다” 증언…‘교도소 암매장’도 밝혀 안재영 기자

2023년 03월 14일(화) 19:46

14일 오후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오늘의 증언이 5·18 진상규명의 첫걸음이다’ 행사가 열렸다. /김애리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옛 광주교도소에서 총상을 입은 시민군과 발포 현장에 있었던 계엄군이 만나 화해의 손을 맞잡았다.

또 1980년 5월 광주역에서 옛 광주교도소로 이동할 때 총에 맞은 사체를 봤고, 옛 광주교도소 인근에 시체를 암매장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5·18민주화운동 부상·공로자회, (사)특전사동지회는 14일 오후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에서 ‘오늘의 증언이 5·18 진상 규명의 첫걸음이다’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3공수여단 3대대 소속 중사였던 김귀삼(68)씨와 광주교도소에서 총상을 입은 시민군 김태수(68)씨 등이 참석했다.

이날 김귀삼씨는 광주에서 펼쳤던 진압 작전을 밝히며 광주역에서 옛 광주교도소로 이동할 때 총상을 입은 시민의 사체를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김귀삼씨는 “당시 광주역에 주둔한 3공수 산하 5개 대대 가운데 제가 속한 곳은 실탄을 지급받지 않았지만, 광주교도소로 이동할 때 안면부에 작은 구멍이 있고 뒤통수가 뻥 뚫린 사체를 옮기는 걸 봤다”며 “실탄을 어느 대대가 발포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를 근거로 광주역에서도 발포가 있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전역 후 보안사에서 찾아와 사체를 어떻게 했냐고 물었다“며 ”광주교도소 인근에 암매장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후 보안사에서 수거 후 화장해서 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귀삼씨의 증언에 이어 부상자 후송을 맡다 광주교도소 인근에서 총상을 입은 김태수씨도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김태수씨는 “1980년 5월21일 광주교도소 인근에 정차된 버스를 타고 있던 중 어디서 발포됐는지 모를 군인들의 사격에 안에 있던 사람 대부분 죽거나 다쳤다”며 “나도 총상을 입어 버스에 탄 군인들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더니 그들이 나를 광주교도소로 끌고 갔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김귀삼씨는 “제가 있었던 지역이 맞다”며 “당시 지휘부는 실탄을 지급하며 교도소에 접근하는 차량을 잡으라고 지시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귀삼씨는 “시내버스에 발포할 때 부대원들에게 ‘타이어를 향해 쏘자’고 말했다”면서도 “사격을 하다 보면 조준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아 인명 피해가 있었을 거라 생각은 했는데, 실제 피해자분을 만나 너무 죄송하다”고 흐느꼈다.

그러면서 김귀삼씨는 “우리가 쏜 총에 광주 시민들이 죽고 다쳐 지난날을 온통 죄책감으로 살아왔다”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이를 들은 김태수씨는 “여태껏 3공수여단 출신 군인은 사람이 아니고, 내가 당한 걸 갚아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면서도 “당사자를 만나 보니 그 역시 피해를 입었고 고통의 시간을 보낸 만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김귀삼씨와 손을 맞잡았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