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개인전, 오는 18일까지 관선재 갤러리 “우리 내면의 적나라함 투영해내려 했죠” ‘만인보’ 등 군상 시리즈로 표현한 내면 이야기 황토색 붉은 빛깔·자유로운 필선·색감 등 조화 최명진 기자

2023년 03월 15일(수) 19:21

작품 ‘만인보’ 앞에 선 김필수 작가

“자아를 상실해가는 현대인들의 굴절된 모습, 소외된 이들의 내면 깊숙한 곳을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오는 18일까지 갤러리 관선재에서 신춘기획전 ‘자유스러움을 추구하다’ 전시를 갖는 김필수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7번째이자 5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비구상 유화와 크로키 작품 등 총 35점을 선보인다.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유화들은 코로나 이전 그려낸 작품들로, 그가 이때까지 그려왔던 크로키를 바탕으로 제작된 인물 군상 시리즈다.

그의 작품은 강한 배색이 돋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붉은 빛이 감도는 그의 작업 모티브는 ‘황토’다.

작가는 “오랫동안 농사를 지으며 자연스레 땅 색깔과 비슷한 황토 빛깔을 선호하게 됐다”며 “농삿일 하는 중 틈틈이 작품활동을 하면서 관찰해온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표작 ‘만인보’ 연작들에서는 사람 모양의 군상들이 자유로운 필선과 색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등바등 밀려 살아가기 힘든 세상, 밑바닥에 침전돼 있는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해낸 것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작가들과는 달리 그는 늦게서야 회화에 입문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전국 사생대회에서 특선을 수상하는 등 그림에 대한 소질은 있었지만, 그저 취미로만 생각해온 터였다. 바쁜 일생을 살아오던 중 그는 큰 사고를 당해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맞는 등 예기치 않은 일들을 만나게 됐고, 이 시기 ‘그림’이라는 꿈을 붙잡고 그 길을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정식으로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기에 작가는 그 누구보다 작품활동에 매진했다. 사생회나 백화점 문화교실, 시민사회교육원 등에서 수업을 받으며 독학을 이어나간 그는 지난 30여년 동안 꾸준히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모색해갔다.

코로나19 등 침체된 시간을 지나 이번 전시를 새로운 도약점으로 삼은 그는 앞으로의 그림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작가는 “농사를 짓다보니 비가 오지 않아 가뭄으로 메말라가는 땅에 대한 애착이 더욱 생겼다”며 “이를 주제로 한 비구상 작품들이나 자연 속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서 그려보고 싶다”고 밝혔다.

지형원 문화통 대표는 전시 서문을 통해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생명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내는 독특한 ‘형상의 미학’은 작가 스스로 터득하고 완성한 결과”라며 “몸부림과 절규, 더러는 아우성을 통해 대상 세계의 내면을 들춰내는 적나라함이 그가 추구하는 미학의 정점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