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에 제명, 43주년 5·18기념행사 파행 우려

2023년 03월 15일(수) 19:38

제43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출범한다. 공식 구호는 ‘오월의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로 정했다. 5·18 정신을 이어받고 기성세대와 미래세대가 조화를 이뤄 함께 정의로운 오늘을 만들기 위한 차원에서다.

행사위는 정부 기념식과 별개로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전야제 및 기념행사를 기획·실행하는 민간 조직으로 포스터 및 시민참여 공모, 전국 연대 협력사업, 전야제 등을 본격화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희생마저 두려워 하지 않았던 숭고한 뜻을 기리는 행사가 ‘반쪽’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협화음은 공법단체인 부상자회와 공로자회의 특전사동지회 초청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용서와 화합을 주제로 ‘대국민 공동선언’을 하고 5·18 민주묘지를 합동 참배한 것과 관련, 광주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행사위 측에 위원장단 자격 박탈이나 그에 준하는 제재를 요청한 것이다. 결국 행사위가 “오월정신 계승과 발전이라는 취지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였고 명예까지 실추시켰다“며 제명을 결정했다. 두 단체가 앞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 광주문제 해결 5대원칙이 없다고 탈퇴를 선언했으나 징계가 이뤄졌다.

보수 정권 윤석열 대통령도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며 대선 공약사항으로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극우 성향의 인사들을 중심으로 훼손·폄훼·왜곡행태가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불순한 세력에 맞서 헌법에 즉각 명시될 수 있도록 개헌을 서둘러야 하는 만큼 내부 불화는 용납될 리 만무하다. 5·18 당시를 재현하고 영령들을 추모·계승하기 위한 민주 기사의 날, 부활제 등 일부라도 차질이 빚어져선 안 되는 것이다.

40년을 훌쩍 넘겨서도 진상규명은 더디기만 하고 책임자에 대한 단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간이 주도하는 기념행사다. 구호대로 오월의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 바로세워야 한다. 광주 시민, 국민 모두의 하나된 5·18이 되도록 의지를 모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