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반도체특화단지 유치 물 건너가나 정부, 수도권 ‘300조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 발표 시·도 “수도권 집중화 우려…공동 대응 노력 지속” 김재정 기자

2023년 03월 15일(수) 20:16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정부가 수도권에 3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광주시·전남도가 공을 들여온 반도체특화단지 유치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3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존 150개 이상의 국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판교 팹리스 등과 연계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세계 최대 규모로 키우겠다”며 “첨단 산업은 핵심 성장 엔진이자 안보 전략 자산이고 일자리와 민생과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메모리 반도체, 올레드 디스플레이 등 일부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더 성장하기 위한 민간 투자를 정부가 확실히 지원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삼성은 이날 지역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60조원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충남 천안·온양에 반도체 패키지 특화단지를 구축하고 경북 구미에 스마트폰 마더팩토리, 호남권의 경우 ‘글로벌 스마트 가전 생산 거점 육성’이 골자다.

삼성전자는 천안·온양 사업장의 반도체 패키지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생산량 확충을 위한 시설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에 디스플레이 종합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퀀텀닷(QD) 등 최첨단,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천안에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마더 팩토리 등을 구축, 차세대 배터리 기술 연구와 양산 체제를 강화하고, 삼성전기는 세종에 고부가가치 패키지 기판 생산 거점을 확대한다.

광주시·전남도가 반도체특화단지 유치를 추진하면서 반도체 생산 후공정인 ‘패키징’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특화단지 유치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정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육성을 공언했고, 삼성 역시 반도체 패키징 분야를 충청권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정부의 수도권 반도체산업 육성과) 광주시·전남도가 유치하려는 반도체 특화단지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인 만큼 계속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창모 광주시 차세대산업과장은 “광주·전남이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PT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반도체는 경기도 외에 다른 지역에도 많다. 만약 오늘 (반도체 특화단지가) 확정이라면 광주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난리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갑 전남도 전략산업국장은 “오늘 발표된 정부의 계획은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수도권 집중화를 가속화시킬 우려가 큰 만큼 지방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반도체 패키징 분야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특화단지를 유치할 수 있도록 광주시와 함께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