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범죄자” 전두환 손자의 폭로가 남긴 파장

2023년 03월 16일(목) 19:32

전두환의 손자가 SNS에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라는 내용 등 다수의 게시물을 업로드 했다. 전두환 차남 전재용씨 아들 우원씨로 “부친이 비자금을 사용하고 있고 법 감시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도사라는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고도 했다. 또 연희동 자택 실내 스크린골프장에서 게임을 하는 한 노년 여성의 모습도 담겼는데, 이순자씨로 추정됐다.

그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5·18 희생자에 대한 사죄도 언급했다. 전씨는 “제가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은 것보다 5·18로 인해 사망한 자들, 불구가 된 자들, 그분들의 가족 분들과 자녀 분들이 받았을 고통의 크기가 더 크다”며 “할아버지가 한 정치 때문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불구가 됐다. 그 죄를 최대한 알리겠다”고 말했다.

고(故) 전두환의 손자가 일가를 비난하고 나서 파문이 이는 가운데 특히 검은 돈으로 호의호식한다는 폭로에 광주 시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아직껏 납부하지 않은 추징금 900억원과 관련해 검찰 수사도 요구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과 한 마디 없이 죽은 전두환 대신 후손의 속죄에 대한 일말의 후련함도 토로한다. 그러면서 나머지 학살자들도 조속히 진실규명에 협조하는 등 역사의 죄인으로 무릎을 꿇을 것을 촉구했다.

5·18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망발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헌법 전문 수록을 약속해왔지만 핵심 인사의 인면수심 발언은 반복되고 있다. 최근 김재원 최고위원은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반대했고,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북한군 개입설을 다시 꺼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학살자들 뿐만 아니라 진실을 감추고 왜곡하는 이들 역시 동조자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전두환 손자의 가족에 대한 폭로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끝까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떠난 전두환과 남은 일가의 일탈에 씁쓸하기만 하다. 그 누구라도 역사적 범죄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돼 있다.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