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의 캔버스 산책]시상과 심상의 파랑

2023년 03월 19일(일) 19:25

파랑_GS칼텍스 예울마루 장도전시실

눈 뜨니 온 천지가 물에 차있다. 12물이다. 물로 인해 감정이 차고 넘친다. 감정을 어디까지 색으로 세분화 할 수 있을까? 바다는 사계절 색을 달리할 뿐만 아니라 온도에 따라서 체감되는 색도 달라진다.

바람센 여수 아침 온도 영하 12도, 적당히 추우면 피부로 느끼는데 한계치의 한파일 때는 냉기가 콧구멍 속에 달라붙는다. 그렇지만 장중한 파랑의 교향곡이랄까! 엘런 베스 시에서처럼 “공기를 물처럼 무겁게 해 폐보다는 아가미로 숨 쉬는 것이 더 나을 때에도 중요한 것은 삶을 사랑하라”는 시구의 파랑이다.

섬을 호명하며 일획 작업을 하던 중 멀리 하늘이 희뿌예지더니 곧장 바다 앞 창가에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때 마침 스피커에서는 영화 미션의 OST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흐르고, 나는 기억 속 영화 장면이 떠올랐다. 십자가에 묶인 성직자가 폭포로 떨어지고, 또 한 성직자가 목숨을 걸고 그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 원주민과 첫 대면할 때 넬라판타지아를 연주하는 장면이다. 영화의 그 장면과 장도의 그 순간에서 나는 자연과 인간이 예술이란 이름으로 무장해제 된 상황을 맛보았다.

작가와 장소의 특별한 만남은 운명적인 작품으로 연결될 때가 있다. 진섬다리를 건널 때면 바람 소리와 함께 바다 온도 차에 따라서도 쓸쓸함이 묻어있다. 귓볼을 건드리는 차가운 바람은 알싸하게 겨울을 느끼게 하며, 저녁나절 반음의 빛은 자신으로 돌아오게 하는 내재적 흐름으로 인해 더욱 담백하다. 이렇듯 쓸쓸하고 담백한 것은 자연계에도 있고 인간의 마음속에도 있다.

나는 소망을 불어넣어 시상과 심상의 파랑을 담았다.

우리는 하늘과 바다 사이에 살고 있다. 일·획·속·섬!

<장도 전시실에서 화가 강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