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분으로 써내려간 인간 존재의 근원 이매리 작가, 올해 부산·그리스·독일 등 국내외서 6차례 전시 최명진 기자

2023년 03월 27일(월) 19:28

역사의 지층을 발굴하며 인류를 관통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는 이매리 작가가 더욱 심도있는 주제로 국내외에서 전시를 갖는다.

오는 6월4일까지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시의 정원’전에서 작가는 금분으로 써내려간 세계의 수많은 텍스트 작품을 통해 자신의 ‘근원’과 함께 끊임없이 흘러가는 인류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2015년부터 회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 배달’ 작업을 꾸준히 펼쳐왔다. 작가의 고향인 강진군 성전면 월남사 옛터를 기반으로 사라진 공간, 사람들의 흔적을 살피는 작업들이다. 이러한 작업들은 우리 삶과 역사에 담긴 과거의 모습을 드러내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곳에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지층을 통해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다.

그리고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현지 개인전에서 작가는 24K금으로 새겨진 36개의 제네시스 ‘창세기’ 연작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쳐 보인 바 있다.

이 작업의 연장선으로 작가는 오는 5월22일부터 8월30일까지 부산 아시아 아트웍스에서 개인전 ‘제네시스’를 개최한다. 이곳에서는 당시 베니스에서 선보였던 창세기 연작 회화 작품과 함께 영상작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6월22일부터 8월7일까지 그리스 크레타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호메오스타시스(Homeostasis·항상성)’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갖는다. 사회·정치·경제 심지어 인류학에서도 발휘되는 ‘항상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본질성을 추구한다.

‘호메오스타시스’(Homeostasis)

같은 주제로 오는 8월10일부터 10월10일까지는 영국 런던 케디프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한국전쟁 휴전 70주년 기념 베를린 평화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오는 7월22일부터 8월27일까지 독일 쿤스트리움 포츠담에서 열리는 단체기획전 ‘Utopia?! Peace’ 전시에서 작가는 그의 작업 중 전쟁·학살·이민 등 인류사에 기반하는 문제와 결부돼 있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올해 마지막 전시는 서울 보안여관에서 진행되는 ‘약장수와 약속의 땅’ 단체기획전이다. 안순택, 안유리 외 7명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로 임종은 독립큐레이터가 기획을 맡았다. 이민자들의 삶과 관련된 작품을 선보일 예정으로, 작가는 오는 4월 중 카자흐스탄에서 일주일간 답사를 거친 후 신작 제작에 돌입한다.

이매리 작가는 “그간의 작업들은 21세기 작가가 과연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며 “좋은 기획자와 큐레이터를 만나 국내외에서 작품을 발표하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며, 앞으로도 더욱 활동 영역을 확장시켜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