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빛-멍’을 / 임종영

2023년 03월 28일(화) 20:03

임종영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 센터장

최근 ‘불멍’, ‘물멍’, ‘달멍’ 등의 신조어들이 유행이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다’라는 뜻의 ‘멍’과 ‘멍’의 대상이 되는 불, 물, 달 등을 합성한 말로 흔히 ‘불멍 때린다’, ‘물멍 때린다’, ‘달멍 때린다’라고 한다. 필자도 가끔 가족들과 함께 집 앞마당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불멍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장작불을 피워놓고 장작 타는 소리와 함께 벌겋게 흔들리며 타오르는 불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면 몸과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짐을 느낀다.

과거에는 정신을 놓거나 넋을 잃고 있을 때 ‘멍때리고 있다’라며 ‘멍때린다’를 부정적인 측면으로 사용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정신적인 힐링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멍때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의학적으로도 멍때리기가 효과적인 휴식 방법의 하나로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빛고을 광주는 2014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선 2012년부터는 ‘빛’을 주제로 매년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빛’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그리고 산업적으로도 광주와는 뗄 수 없는 인연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 광주는 미디어아트 빛으로 곳곳이 채워지고 있다. 특히 2019년부터 광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조성사업은 광주시 전역을 5개 권역으로 나누어 미디어아트 시설물을 설치하고 미디어아트 공연을 상설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1권역(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주변)과 2권역(금남 공원과 광주교) 사업이 완료되었고, 3권역(사직공원)과 4권역(양림동 일원)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5권역(광주 송정역)도 올해 안에 완료될 예정이다.

빛으로 채워지는 공간은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5권역뿐만이 아니다. 광주공원 입구에 위치한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과 남구청사, 광주 톨게이트의 LED 미디어 파사드, 그리고 동구 계림동 아이파크 SK뷰 아파트의 미디어 큐브와 미디어 파사드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아트의 빛은 이미 광주 도심과 삶의 공간 여기저기에서 화려한 빛을 발산하고 있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한 광주비엔날레가 이제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은 광주비엔날레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비엔날레 기간 한국, 이스라엘, 프랑스, 포르투갈, 조지아 5개국 작가가 참여하는 국제미디어파사드 프로젝트 ‘디지털 별자리’를 개최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광주 도심의 야간 경관을 예술적으로 더욱 아름답고 빛나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낮에는 광주비엔날레로 즐겁고 밤에는 미디어아트의 빛으로 더욱 행복할 수 있는 광주. 생각만 해도 아름답지 않은가?

광주는 이처럼 ‘빛멍 때리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조금 황당한 제안일 수도 있겠지만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기간에 미디어아트의 빛을 이용한 ‘빛멍 때리기’ 행사를 개최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광주가 진정 세계 ‘빛멍 때리기’ 명소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세상 모든 힘들고 지친 자들이여, 삶의 휴식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광주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