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의 5·18 사죄, 참배론 부족하다

2023년 04월 02일(일) 18:14

고(故)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 씨가 5·18 단체와 함께 광주 북구 국립5·18묘지를 참배했다. 전 씨는 5·18 최초 사망자인 고(故) 김경철 열사와 초등학교 4학년 희생자인 ‘5월의 막내’ 전재수 군, 시신조차 찾지 못한 행방불명자 묘역을 둘러보며 자신의 겉옷으로 묘비를 닦아냈다.

그는 “이렇게 와서 뵈니 저의 죄가 더 뚜렷이 보이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앞서는 5·18 기념문화센터를 찾아 유족과 피해자들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두환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주의가 역으로 흐르게 했다”고 평가했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와 기념식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전두환 일가 구성원이 직접 사과하고 묘지를 참배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전우원 씨는 미국 뉴욕에 체류하던 도중 SNS와 유튜브, 언론 인터뷰에서 가족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하고 본인과 지인들이 마약 투약 등을 고백했다. 이 과정에서 5·18에 대해 사죄하고 싶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혀 귀국과 함께 광주 방문을 예고한 바 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최고 권력자인 전두환은 사망하기까지 진상 규명과 발포 책임에 대해 말 한 마디 없었다. 뒤늦게 손자가 죄를 알고, 반성하고 더 노력하면서 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후손이 참담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인과응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40여 년 응어리진 한을 풀기에는 부족했다. 특히 사법적 단죄에 따른 추징금까지 미납하면서 검은 돈으로 호의호식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전우원 씨의 의지처럼 사과는 이번으로 끝나선 안 된다. 대단한 용기를 낸 만큼 진정성 있는 행동을 계속해야 한다. 전씨 가족도 그렇고, 다른 주동자들도 진실을 밝히고 화해의 길로 나가야 한다. 전두환이 저지른 무자비한 학살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저승에 있을지라도 역사의 범죄자로 진실된 참회를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