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입법권 확대가 필요하다 / 김병도
2023년 04월 02일(일) 18:14
김병도 전남대학교 정책대학원 객원교수
자치입법권이란 지방자치단체가 자치법규를 자주적으로 정립하는 권한을 말한다. 즉 조례제정권이 그 요체다. 자치권을 확보한 지방자치단체가 관할구역 내에서 통용될 자치법규를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지방자치의 핵심이 자치입법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의 뜻이 아니라 중앙의 의도에 의해 지방이 작동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자치권은 고유권이다. 자치는 곧 민주다.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자치입법권은 조속히 정상화되어야 한다. 자치입법권은 주민들에게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서구의 많은 나라들은 자치입법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 그 결과 주민이 주인노릇을 할 수 있음과 동시에 지역마다 다양한 정책실험들이 넘쳐나고, 모두가 풍요로운 경제적 삶을 누리고 있다. 결국 서구 민주주의 선진국과 같이 우리도 지방자치단체에게 자기결정권을 부여하고 스스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게 해야 한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주민의 몫이 될 것이고, 주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리라 확신한다.

우리 헌법 제117조 제1항과 지방자치법 제28조에서는 자치입법권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지방자치법 제28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석하자면 국회와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 지방자치단체는 일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입법권의 국회독점은 지방자치의 손과 발을 묶는 것과 다르지 않다. 중앙이 지방자치단체의 역사성, 정체성, 특수성, 인문적 특성을 모두 고려하여 입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앙은 지방자치단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고려하기 어렵다. 일기예보를 전국화하는 것과 같다. 내일의 날씨를 알리는 보도에서 ‘내일은 우리나라에 비가 옵니다.’로 보도하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 사는 주민이 이를 수용하겠는가? 참 자치를 구현하기 위한 첫 걸음은 자치권을 확대하는 것이다. 추후 헌법개정시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인 자치분권을 위한 자치입법권을 우선 개정해야 하는 이유다.

자치분권 관련 법률은 여야 간에 큰 이견이 없는 법률이다. 지방자치 확대에 대해 여야는 모두 찬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8년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이 실현되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지금도 크다. 헌법 개정이 재논의 된다면 최우선 자치입법권을 확보해야 한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법령의 범위 안에서’ 문구가 삭제되었으면 바란다. 양보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 조례 제정범위를 현행 ‘법령의 범위 안에서’를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로 바꿔야 한다.

자치권은 누구에게 부여받는 위임권이 아니라 스스로 소유한 자주권이다. 지금 우리는 지방자치의 손과 발을 묶어 놓고 있다.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시키는 일, 부여한 권한만을 행사하도록 헌법과 법률이 제한하고 있다. 하루 빨리 내 삶을 내가 책임지고 내가 누리도록 풀어줘야 한다. 자치입법권의 확대는 자치재정권, 자치행정권, 자치조직권을 확보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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